어르신들의 똥을 치다 마음이 먹먹해져
마당엘 뛰쳐 나왔다.
뿌우연 하늘이 내려놓는 가는 물줄기를
입을 벌여 넣어 보기도하고
대문밖 감나무에 대롱 몇알 달린 감알을
쫒는 까치의 입놀림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내 마음이 왜 이러지?
어제부터 줄곳 내린 비 때문일까?
도저히 눅눅해진 마음을 어쩌지 못해 서성이고
있는데 수업을 마치고 대문으로 들어오던
딸아이가
"엄마 어디 편찮으세요?" 한다
"아니" 해놓고
나는 내게 물었다.
'너 정말 괜찮겠어?'
'아니'라고 마음이 대답을 했다.
마음은 그렇게 말했다.
갑자기 제 손으로 똥을 치울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내가 아~ 하면 아~ ~ 하고 생각을 받아 들일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바다가 보고 싶어. 색이 짙은 겨울바다가.
도시의 네온사인이 보고싶어.
아담한 커피숖에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그런
모습을 창너머로 보고 싶어.
지금 이시간이면 머리를 뒤로 질끈 동여 맨 주부
들이 가족을 위해 찬거리를 사겠구나 생각이 거기
까지 미치자 마음은 벌써 산골마을 저 밖으로
뛰쳐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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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이곳 산동네를
나는 8개월 전 이사를 왔다.
다니던 직장을 접고 15년간 정신병원과 노인병원
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케어홈을 열게 되었다.
케어홈은 병원과 가정의 중간형태로 미국이나 일본등
선진국에서는 할성화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치매나 중풍등 장기적인 질환을 갖고 계신 어른이
병원에 계셔도 병세가 호전되지 않는 상황에 고가의
병원비 지출로 인한 가계의 어려움을 감당하기도
어렵고, 집에서 가족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때 활성화 되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노령 인구가 점점 늘고 있지 않은가?
나의 케어홈은 여러가지로 열악하지만 10여년 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되 정말 기쁘다.
늙고 병들어 생이 빠져나가는 순간에도 인간이기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서 눈을 떼어서는 안되며 가만히 들여
다보면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이 남아 있어 아름답기
조차하다. 또한 40년뒤의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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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SOS--를 청했다.
숨넘어 갈 듯 달려 온 친구와 딸 아이에게 어르신들을
맡기고 거리를 쏘다녔다.
석달만의 외출.
유리 창에 비친 어떤 촌 아짐은 뉘신가?
바로 날세.
번쩍번쩍하는 네온사인위로 바람이 붕붕나네요.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말소리와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의 소음
아--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 모든 것들이 정겨운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내가 불안해 할까봐 할머니들 괜찮아요 하며 중간보고를
하는 딸아이의 전화를 받으며 장어타운에 가서 모처럼
장어 맛도 보고,아이 쇼핑도 즐기면서 일탈에 즐거움을
느꼈다.
주위가 어두워 질무렵 서둘러 집에 왔더니 인이 할매,
옥이 할매는" 어디갔다와" 하며 울먹거리신다.
"날 두고 어디가면 안된다" 하며 바지가랭이를 놓아
주지 않는 할매를 달래 저녁식사를 드렸더니 오물오물
한술식 잘 받아 드신다.
아이고 제비 새끼같은 저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