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경비구역 Joint Security Area

   공동경비구역의 의미는 평화를 유지시킬 수 있는 공간이라
   생각된다.굳이 정치적 성향을 들어 이야기하지 않아도
   어쩌면 그것은 공간적의미로 해석되어지기 보다는
   시공을 초월한 '사이'의 의미라 볼 수도 있겠다.

   나라살림이 나아진 것인지 개인살림살이가 나아진 것인지
   언제부턴가 한지붕에 깃들어 살면서 각자에게 개인적공간
   이 주어지고 공동경비구역이라 할 수 있는 공간의 역할과
   입지가 차츰 줄어드는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린시절에는 형제들끼리 치고박고 싸우다가도 종국에 끌려
   가는곳은 공동경비구역이고 그곳에서 간단히 심판관의 심문
   이 끝나고나면 다시 화해와 안식을 누릴 수 있었던 곳이었다

   어릴 때 즐겨 사용하던 물건들을 기억해 내보자면 모양새도
   웬지 투박하고 사용방법도 많이 불편했음에 틀림없다 허지만
   편리함에 더하여 세련된 모델로 등장하는 요즘의 상품보다
   더 많은 감동과 감성을 일깨워주었다면 나이듦의 억지일까

   처음 그 사각상자의 이름조차 기억해 내기 어렵지만 나무로
   만든 사각상자에서 직선의 모노음을 가진 음악이 나왔으며

   " ♬♪..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나눕시다
     명랑하게 일년은 삼백육십오일 가지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어도 우리집은 언제나 웃으며 산다! ♬♪"

   아침이면 '아차부인재치부인'이란 방송이 시작되고 아침을
   여는 가족들은 각자 다른 일을 하면서도 귀를 쫑긋거리며
   함께 웃기도하고 혀를 쯧쯧 차기도 했다.아침마다 울려나는
   소리가 하도커서 손이 닿는 곳까지 까치발을 치켜들어 소리를
   줄일라치면 옆집에서 듣고있을지 모르니 줄이지 말라고 하셨다.
   말하지 않아도 이집저집 웃음소리가 동시에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이웃사이에 보이지 않은 공동경비구역이 만들어진 것이다.

   집집마다 그 사각상자를 사 들이게 되고 겉칠을 반질반질하게
   칠한 마호가니 전축 맨 위에 뾰족한 바늘이 찌익찌익 소리를
   내면 알수없는 꼬부랑 노래가 나오고.....그러다 바보상자가
   거실에 턱하니 자리잡게되었고 그러다 그러다..각자의 영역이
   넓어지고 복잡해지기 시작하면서 공동경비구역은 무너졌다.

   지금 우리네 아이들 방마다 컴퓨터며 오디오 그것도 모자라
   얇팍한 CD 플레이어로 공동경비구역을 지나다니면서도 각자
   플레이를 하고 있다.  더 많은 세월흘러 어디쯤에 그네들의
   공동경비구역은 있을까....또 다른 감동의 물결이 그네들
   후손에게 각종 예술로 남겨질 수 있는 풋풋함이 어디쯤엔가
   씨 뿌려 자라고 있겠지.. 그럴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