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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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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이벤트)양푼이 머리


BY 고명실 2003-11-12

며칠전 토요일. 오랜만에 일찍 퇴근하여 다섯살난 아들아이를 데리고 미용실에 다녀왔다. 며칠후 있는 집안 잔치도 있고 바쁘다는 핑계로 삐쭉 빼쭉 삐져나오는 아들아이의 머리카락을 외면해 왔던 것이다.

아들아이가 머리를 자르는 도안 나는 가만히 아들아이가 앉아있는 곳. 커다란 거울에 비친 아들아이의 여유있는 표정과 머리카락이 잘리면서 더욱 훤해지는 얼굴을 보면서 나도 같이 웃어주었다.

그러다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시골.. 1남4녀의 막내로 태어났다. 살림이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라서 딸들이 줄줄이 있더라도 미용실에가서 머리손질을 해준다는 것은 사치라고 여기던 시절이었다.

우리집 미용사는 아버지.

머리를 자를때쯤 두살터울인 언니랑 나는 볕이 들어오는 집 뒤에 자리를 하고 앉아다.  머리카락이 옷에 달라붙지 않도록 포대기를 목에 두르고 사각사각 머리카락이 잘려나가는 소리가 나면 난 두눈을 꼭 감아버리곤 했다.

다 잘랐다는 아버지의 말씀이 끝나면 옆에 두었던 네모란 거울-주위에는 플라스틱으로 장식을한-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금새 얼굴은 일그러지고 말았다. 이유는 잘려진 머리의 스타일이 바로 양푼이 머리이기 때문이다.

앞얼굴쪽으로는 눈썹을 기준으로 일자... 그리고 옆과 뒤는 짧은 단발형식으로 쭈~욱 잘려진 모습이 양푼이를 머리에 엎어놓고 가위질한 그대로인 것이다.

금새 울음을 터뜨러 버리면 아버지는 늘 예쁘다는 말로 위로를 하셨다.

 

아들들아이의 뒷머리통을 쳐다보며 양푼이 머릴 떠올리며 아버지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