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싱가포르의 전자담배 위반 행위에 대해 마약 범죄와 유사한 강력한 처벌을 도입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15

대물림의 시댁 모임.


BY 산,나리 2003-11-12

..

     
    
    		
    

 

가을이 되고서부터 아니 10월 들어서부터 정말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우연히 아.컴을 알게 되어 이곳에서 나날을 보내며 나는 정말 이나이에
새로운 길로 접어든거야...하고 마음이 설레였고 삶의 계획도 다시 한번 짜 볼까???...
내 머릿속에는 한 몇 년쯤은 앞서 상상도 하며 내나름대로 각오도 다지고 했었다.

 

그래 이틀에 한번은 글을 올리고 책은 한달에 몇권을 읽고...등
고기가 물을 만난 듯 목소리에서 행동에서 윤기가 좔좔 흘렀다.
님들의 글을 읽고서도 감동이 넘쳐 '정말 피지 않는 아까운 인재들도 많아..'
'어쩌면 평범한 아줌마들이 이렇게 글로 심경이나 일상생활들을 표현을 잘 할까..'
날이면 날마다 눈만 뜨면 아.컴을 클릭하고 감탄에 감탄을 하고 내가 여기에
속해졌다는게 정말 뿌듯하고 기분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상케도 여름을 지나고서부터 내가 다니는 성당 일이 점점 불어나고 체력의 한계를 느껴 글을 올리고 참여하는 일을 소홀히 하고 있었다.
밤이면 보통 2시까지 당연히 버티는 일도 어느날은 설겆이를 쌓아 놓고 나도

모르게 자고 있을때가 많았고 한달에 두권 이상의 책을 읽겠다고 둘째녀석과

서점에 들러 녀석 책과 함께 세권의 책을 사왔으면서 겨우 한권 읽고 체면을

유지하고 10월을 넘겼다.


언젠가 녀석이
"엄마 책 다 읽으셨나요..?.."
"어엉??.....아니..한~궈언..그리고 시집도 읽고.."
"................아 ~~ 예......."
.........................!


하고서는 녀석의 눈치를 슬쩍 보았지만 그렇게 뭐 나쁜 느낌은 아니게 보였다. 다행히..
녀석이 고1이지만 틈나는대로 책을 읽어야 된다는 나의 지론이 먹혀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엄마로서 체통이 설려면 어느 정도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는 생각에

눈치 아닌 눈치를 보게 된다.

 

주말마다 집안이다 성당이다 행사가 많아 엄마가 해준 맛난 음식이 먹고 싶다는

말도 아랑곳하지 않고(주중에는 중식,석식을 학교에서 해결한다.) 지난주에도

시댁에 사촌들의 모임이 있어 옆지기와 둘이서만 전라도로 날라 갔었다.

 

시아버님 형제분은 5남 1녀이시다.
시고모님 한분은 우리가 결혼하기 전에 이미 돌아 가시고 안계셨고.
아버님은 위로 형님을 한분 두시고 아래로 동생들을 세분 두신 둘째이시다.
시큰아버님은 초등 교장선생님을 지내셨는데 3년전 지병으로 돌아 가셨다.


그래서 지금은 아버님과 세분 작은아버지 부부를 모시고 그의 자손들이 봄,가을로

모임을 갖은지 2년째이다.

아들 며느리들로만 구성을 해도 다섯 아버님들 집안의 자녀 부부들만해도

13커플이 된다.


아래 손자 손녀들이 대학생에서부터 갓난아이까지 무려 23명이 되어
이사람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야 되니 장소도 왠만큼 넓지 않고서야 정리가 안된다.

봄에는 멀리 사는 사람이나 아이들이 대충 빠지고 조상들의 묘가 있는

산자락의 잔디 앞에 모여 묘 부근의 풀도 뽑고 손볼 때 보고 하며 음식을 간단히

마련하여 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나누고 헤어지고...

 

가을 모임에는 부모님들의 노래솜씨도 듣고 그리고 우리들과 손자 손녀들이

어른들 앞에서 재롱을 피운다.

요즈음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 직계 자손들도 보기 어려운 판국에 조카들까지...

그의 손주들까지 보며 재롱도 보고 얼굴도 보고 함이 마냥 기분 좋으셔서

음식 드시는것도 대충이시고 만면에 웃음이 가득들 하시다.

 

사실은 오래전부터 아버님 5형제분이 부부모임으로 양력 1월 1일날 차례로 집으로

돌아가며 모임을 하고 계셨었다.

거기에서 힌트를 얻어 큰댁에 시숙님께서 날이 갈수록 삭막해져 가는 이시대를

탓하지만 말고 1년에 한두번이라도 얼굴보고 언제 갑자기 돌아 가실지 모르는

부모님들 한번이라도 더 뵙고 하자며 모임을 결성 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네도 불과 2주전에 아버님 생신이라 내려 갔는데도 또 연거푸 내려

갈수 밖에  없는 바쁜 가을 스케줄이 되어 버렸다.


지금까지 살면서 직업상 집을 거의 떠나 있다는 핑계로 여행을 싫어하는

옆지기는 시댁 가는 길이 곧 여행길이라고 번번히 강조한다.


거기에 나는 항상 푸념을 하고 토를 달았지만 이제는 지쳤는지 포기한건지

이해를 한건지 괜찮아졌고 이런일로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조수석에 앉아 정말

붉어 버린 길 양쪽 산들의 경치를 보며 아름다운 우리나라라고 감탄에 탄복을

하다가 시책을 펼쳐 읽다가 수다를 떨다가 옆지기 뒷목을 눌러 주다가....하며

가을 여행이랍시고 다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