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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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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옆에 있는 줄 모르는 어리석은 엄마.


BY 소녀 2003-11-11

살금 살금.

두아이가 눈치라도 챌까봐 조심조심 목욕갈 준비를 하면서

웃음이 나오려는걸 참았다.

안방에서 정신없이 놀고 있는 두아이를 슬며시 쳐다보고 나는

성급히 현관문을 나섰다.

계단을 내려오는 내 발걸음은 너무나 가볍고 두아이들 모르게

목욕탕을 간다는게 이렇게 기분좋은 수가 없었다.

얼마만인가?

결혼을 하고 첫아이를 낳고 11년동안 혼자 홀가분하게 목욕을

한 기억이 없다.

큰아이가 5살이 되면서 남편이 데리고 다녔고 지금은 우리 딸아이와

둘이서 다닌다. 

큰아이를 아빠 손에 넘겨줄때 그 행방감이라니!

두아이를 씻기고 나면 내몸 하나 씻기가 너무나 힘이 들었는데

6년전부터 우린 목욕탕 입구에서 큰아이는 아빠와 둘째는 엄마와

이렇게 편이 갈라지면서 각자 남탕 여탕으로 향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처녀때처럼 홀가분하게 목욕탕을 향하고 있다.

소금탕, 옥탕, 쑥탕을 자유롭게 왔다갔다하면서 여유를 부리고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들이 야단을 치며 씻기는 모습을 쳐다보며

난, 즐기며 목욕을 했다.

그런데 그런 기분은 잠시 뿐

웬지 무엇인가 잊어버린게 있는것처럼 허전하고 이상하다.

열심히 때를 밀고 등을 밀어야하는데 우리 딸이 옆에 없었다.

고사리 손으로 내등을 밀어주어야할 딸이 옆에 없었다.

음료수를 사 달라고 떼를 쓰는 딸이 옆에 없었다.

때를 밀면 아프다고 입이 한주먹나온 딸이 옆에 없었다.

등에 머리카락이 붙었다고 얘기해주는 딸이 옆에 없었다.

난, 목욕탕에 들어와서 30분도 안되어 딸을 데려오지않은걸 후회했다.

지금이라도 전화해서 남편한테 딸을 목욕탕에 데려오라고 할까?

난, 서둘러 목욕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집앞에 파는 붕어빵을 보면서 아이들이 생각이 나서 사가지고 집으로 향했다.

현관문에 들어서자 두아이들은 "엄마, 치사하게 혼자 목욕하고"

우리 딸아이 나한테 매달리면서 칭얼된다.

난, 붕어빵을 주면서 "미안해, 다음부터 꼭 데리고 갈께!"
우리 두아이 붕어빵에 엄마를 용서해 준다.

저녁에 세수를 하던 우리 딸아이 "엄마, 내일 목욕탕가자"

"그래, 내일은 안되고 엄마가 욕조에 물받아서 우리딸 목욕시켜줄게"
"정말, 그럼 나 놀아도 돼"

"그럼"

언젠가 목욕탕에서 50대 아주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애들 데리고 목욕 올 때가 행복한거야"

난, 지금 너무나 행복하다.

우리딸이 나에게 행복인데 그 행복을 귀찮아 했으니,

얼마나 어리석은 엄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