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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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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이 주는 향수


BY 소심 2003-11-03

  회색빛 하늘이 아침을 맞이한다.

 희뿌연 하늘이 뜨는 아침해를 감추고 말았다.

 딸아이 등교길에 함께 오르니 차들이 안개등을 켜고 꼬리를 잇고 있다.

 부산한 월요일의 시작이다.

오늘 하루는 나의 모든 마음을 정화로써 맑게 거르고 낮추어서 조용히 지내고 싶다는

 바램이 있었던 날인데.

 

 이른 아침 회색빛 하늘이 무색하게 동이 트자 바쁘게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큰댁 형님에서 부터...  딸아이의 거사를 앞두고 인사치레차 찾는이가 많다.

 찾아주는 이들의 색깔따라 나의 마음도 쾐스레 바빠지려 함을 눌러 보고 도 눌러 본다.

 그저 차분하게 어미된 정성을 보태어 가족의 대사를 맡고 싶다.

 

 이런 저런 기분을 안고 오랫동안 찾지 못한 오일장을 찾았다.

 나의 기분 탓인지 부산하게 움직이는 시장속의 사람들 모습도 부산하고...

 스산해진 날씨에 장바닥에  펼쳐진 상인들의 물건에서 서글픔이 감도는 듯하다.

 계절이 주는 스산함이 괜시리 나의 마음에 와닿는 날이다.

 

 올해는 고추장아찌를 맛있게 담그려고 벼루고 벼루었는데  때늦은 고추를 샀다.

 게으른 주부가 된점을 반성을 하면서.... 벌써 서리가 내렸고  계절이 그만큼 지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시장에는 청국장 뭉치를 만들어 내다파는 시골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청국장을 보면서...

 가을의 막바지가 되면 할머니와 메주콩 푹삻아서 메주틀에  담고 발로 밟아서

 메주 만들던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힘주어라..  더 힘주어서 밟아라."하시던 할머니의 음성이 귓전을 때린다.

 메주를 밟으시던  오른쪽 엄지발가락 없어시던 아버지의 그리운 발도 생각이 난다.

 구수한 삶은 콩 내음새 맡으면서....

 할머니 아버지 며느리 손자 함께 어울려 한해의 먹거리를 준비하면서 가족의 정을

 나누어 가던 그시절이 유난히 그리워지는 날이다.

 밟아서 만들어진 메주가 벽에 매달려 쿠큼한 냄새를 풍기고

 곰팡이를 피워가면서 말라져 가던

 그시절....  은근히 그리워 진다.

  요즘은 메주도 빨간 망자루에 넣어서 말리는 모습들을 자주 볼 수있다.

  세월따라 모든것이 사라지고 없어지는 것도 많다.

  나중에 며느리 볼 때를 생각해서 장담기 ,고추장 담기를 열심히 배우고 익히려 하던

  나의 의지도 자연 꺽끼게 되고 시골 아는집에서 장담그기를 해다 먹게되었다

  편리함이라는 이유로 버려지고 잃어가는 것들이 너무 많아짐을 느낀다.

  아파트라는 환경이  자연스러움 마져 거부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간다.

 

 이렇게 생활의 지혜를 다 버려 가면서 까지 우리들이 얻는 가치는 무엇인가?

 그러한 생각들이 들어 지는 날이기도 하다.

 할머니의 손에서 만들어진 굵은 소금 꾹꾹박힌 콩알이 입안에 씹히는 맛나는 청국장!

 경상도 말로 담북장!이 그리워 지는 계절의 길목이다.

 

 구수한 청국장에

 햅쌀로 지은 윤기흐르는 쌀밥과

 달콤한 맛이 오른 무우생채로 진수성찬을 올려서 가족들과 도란도란 삶을 얘기 하고 싶은

 날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