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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 마지막날.


BY 도영 2003-11-01

도심속에 일렬로 늘어선 은행 잎들이 마치 노랑 나비떼들처럼 팔랑 거린다.
팔랑 거리는 셀수없는 은행잎들은 늦오후 가을  햇살에 반사되어
온통 황금빛으로 도심속에 시월에 가을은 그렇게 깊어갔다.

짙은 초록 물감 뚝뚝 떨어질것 같았던 늘 푸르기만 할줄 알았던 은행나무도
마치 기름 칠을 해놓은듯 반지르 윤기나던 감잎도
과수원 입구에 탱자 열매도
먼산 가을나무들도  마치 누군가 분무기에 원색의 물감을 풀어 희석시켜
흩뿌려 놓기라도 한듯이  아름다운 색채의 향연같다.

 

퇴근길.

아름다운 색채의 향연 아래 떨어진 수북히 쌓인 낙엽위에
야채를 파는 작은 트럭 한대가 서있었다.
박스박스마다 잘익은 과일들중 주홍색 홍시가 일회용 하얀 용기에 아담하게 놓여있고
낙옆쌓인 트럭 옆으로 저녁 거리를 준비하려는 아낙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트럭 옆으로 지나가는 자전거를 탄 어린 애들의 재잘거림에
삶의 활기와 탄력을 느껴본다.
여름내내 우거졌던 수풀들은 가지 만이 앙상히 드러내고
감나무에 몆개 남지않은  서너개의 감들만이 저만치 가버리는 가을임을 ...느낄수가 있었다

감나무 가지 사이사이로 저녁 노을이 걸려 있는가 싶더니
저만치 느릿느릿 걸어오는  한때는 젊은시절에 잘 나갔을것 같은 ..
중풍 맞은 아저씨도 할아버지도 아닌지팡이 짚은 남정네에 어깨 뒤로 붉은 노을은  커텐을 친채 마지막 시월에 저녁은 오고야 말았다.

 

어둑어둑한  나무들 아래 조금전 야채 트럭은 오른쪽 깜빡이를 켜고
수북히 쌓인 낙엽들을 흔들어 놓고  휑하니 가버린

 트럭의 아까  그 자리에는
허전한 가을에 공허함과 쓸쓸 함이 덩그러니 가로등 불빛에  정체되어 있었다

짙은 고독이 묻어 나왔다.
어느 누구도 메꿔줄수 없는 원초적인 고독이 손을 대면 지문처럼
묻어 나올것 같았다
손을 대면 문신처럼 선명히 찍혀 나올것 같은 커피색같은 고독을
한잔의 뜨거운 녹차속에 희석 시켜버리고 싶은 충동에  마트에서 녹차를 집어들었다.


조금전 화려한 황금빛도 알록달록 색채의 향연도
잉크 를 풀어놓은듯 초 저녁 어둠에 잠시 묻어둔채
그렇게 시월에 마지막 밤은 깊어 갔다
사십대의 고독한 아낙은 타박타박  가을 내음 가득한 갈색 단화를 툭툭 털어 버리고
퇴근길 차량들의 행렬에 밀려 가다서다를 반복 하며 오다보니
벌써 밥때가 제법 지난 시간이 였다

내가 사는아파트 마당은 휘황한 가을 바람이 불고 있었다

일층 누구네집인지 저녁 설겆이 하는 그릇 부딪히는 소리에
살아서 숨쉬는 이공간에 내가 있음을
올려다본 십수년 살아온 내집 거실방에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형광등 불빛이
잊고 두고 내리려던 찬거리 쇼핑봉투를 집어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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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시월달 달력을 떼어내고 보니
내나이 마흔셋도 두달 남았더군요
곧 다가올 겨울에는   여행을 떠나겠습니다.
작은 아이 수능 끝나고 대학결정 되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박삼일정도 휴가를 받아 떠나 겠습니다
전라도 땅..
순천을 지나  고인이 되신 내 어머니의  고향인 녹차향 그윽한 보성을 들려
어머니가 처녀적 다녔을 그길을 걸으며  살아생전 정갈 하셨던 내어머니의향을
맡아보렵니다,
그리고..
한번도 발 디뎌본 적없는 목포 항구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내가 사는 포항으로  턴해서 마흔네살을 준비하렵니다.
그리고..
또  한해를 보내며  점점 줄어드는 살아갈날에 충실 하렵니다.
겨울 여행을 꿈꾸며.

 

2003.11월1일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