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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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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BY 산난초 2003-10-30

찬바람
싸늘한 밤 바람 소리가 겨울이 다가옴을 두려움마져 느껴지도록 매섭게 불어댑니다. 올해는 겨울이 빨리 다가온다는 뉴스예보에 공연히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낍니다. 첫 새벽 눈을뜨니 아직 여명도 밝지않았는데, 커다란 베란다 창에비친 새벽 별빛이 , 검은 청호색 하늘에 유난히 빛을내며 반짝이는게 차가운 바람에 떨고있는듯 했습니다.

누구를 지키려고 저토록 잠못이루고 반짝일까요. 나처럼 외로운이의 가슴에 작은 사랑의 빛으로 다가오려고 모진 찬바람에 지칠줄 모르고 북박혀 있느걸까요.
막내가 가져온 페르시안 고양이가 오로지 나의 친구고 말 동무이고 식구입니다. 아니 십자매 한 쌍도 있습니다. 이렇게 적막한 우리집에 같이 살아가는 가엾은 가족은 주인없는 집을 왼종일 지키며 밤늦게 귀가하는 나를 반겨주고 있습니다. 우리집 고양이 이름은 "f.#" 입니다.

잠이라도 푹 자면 피곤이 풀릴텐데 누가 깨우지 않아도 자동으로 깨어지는 습관인지 아님 나이들어 잠이 없어져서인지 이럴 땐 야속한것 같습니다.
날이밝아 베란다의 창을 여니 벌써 눈앞까지 가을이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앞 화단에 심어논 두릅나무에도 붉게 물들인 낙엽이 모진 바람에 나부끼고 있어 머지않아 제 본향으로 돌아갈 채비에 마지막 아침햇살을 받으며 밝고 고운 빛으로 가을 인사를 건네주고 있었습니다.

자연은 겨울이 빨리오든, 추위가 빨리오든 아무 불평없이 섭리에 순응하며 의연히 지키고 있습니다. 그렇게 살라 합니다. 아무 욕심도 미련도 없이 다 유수처럼 흘러 스쳐지나는 것이랍니다. 어느자리에 안주하지말고 오는 시절에 적응하며 그렇게 살다가라합니다.

무엇때문에 내 하고 싶은것 다 포기하며 이렇게 사는지 , 사는게 불안해서 이럽니다. 가정경제를 살려야 하기때문입니다. 보편적인 울 남편들은 평생을 이렇게 제 것 다 포기하고 가족을 위해 수고한 것입니다. 서로 도울 수 있는데 나 혼자 편하려고 책임을 전가 하는것도 죄짓는것 같아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 입니다.

오늘부터는 바바리를 입어야 할 것 같습니다.
찬바람은 이렇게 자꾸만 나를 감싸게 함니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입니다.
세상도 너무차가워 나를 자꾸만 홀로 있게 싸동이게 합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입니다. 아무에게 나의 모습을 보이기가 무섭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쓸데없는 바람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는게 얼마나 헛된짓이고 소모적인 에너지인지 모릅니다. 그건 사랑이 결핍된 세상이기도 하지요.

오월 하루만 피어나는 산난초는 벌써 땅속에다 제 모습을 감추고 또 다음 봄 어느날 , 찬연한 꽃으로 환생 할 것입니다. 모두가 일년생인줄 알지만, 산난초는 이렇게 연한듯 강한 다년생 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