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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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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야~ 다음 생애에는...


BY 산부인과 2003-10-27

생각지도 못한 아기가 들어섰고

난 임신인줄도 모른 상태에서 유산이 되어버렸다

병원에 근무할시 숱하게 보아오던 유산을 내가 하고난지 벌써 한달 하고도 10흘이 지났다

지금쯤이면 심장이 팔딱 팔딱 뛰는것을 확인하고도 남았을텐데...

오늘 출근을 하면서 우연찮게 라디오에서 나오는

불임부부의 임신 소식을 듣고

그 사연이 소개되고 흘러나오는 김건모의 미안해요를 듣는순간

나는 그 아이가 불현듯 생각이 들었다

임신이 안되는것도 아니고

형편이 안되서 못갖는 나도 아니다

하지만 처녀때부터 발생하는 난소의 물혹으로

수술을 3번이나 한 상태이고

결혼을 하고서도 자꾸만 재발되는 이 혹으로

홀몬약을 오랜기간 복용을 하고 중단하고 또 복용을 하고 중단하고

어떤 병원에선 차라리 자궁과 난소를 들어내자 했다

임신을 해서 아기한테 어떠한 기형 문제가 생길지

임신 기간동안 나에게 어떠한 변화가 올지

출산시 어떤 위험이 따를지 장담을 해주질 않았다

그래서 온갖 고심을 거듭한 결과 신랑과 나는 딸 하나에서 만족하기로 해다

속도 모르고 반복되는 설명을 드려도 아들 타령 하시는 어머님 앞에

이젠 덤덤하게 아길 안갖는다고 하지만

내심 속으로 하나뿐인 딸에게도

형제란걸 주고 싶었다

요즘들어 이상하리 만큼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딸앞에

이런 내 심정을 말해줘도 이해가 안될터이고

어디서 듣고 왔는지 동생하나 있으면 자기가 항상 돌봐주고 안아준단다...

그런말을 들을때 마다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하며

"동생이 생기면 엄만 동생만 돌봐주어야 할텐데"

"그럼 엄마랑 같이 하는 시간이 없을텐데'

"엄마 아빠는 아기가 어려서 아기만 돌봐줘야 하는데"

이렇게 변명을 늘어놓는다

생각이 모자란 아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럼 됐어'

하고 질문을 접는다

오늘 그 사연을 접하고 하루종일 월말이라 바쁜 시간속에서

자꾸만 내곁을 떠나간 아이생각에

나무 마음이 아프다

어떤 아이였을까?

누굴 닮은 아이였을까?

여자아이였을까?

남자아이였을까?

유산이 되고 아무도 곁에 없는 집에서 나 혼자 누워서 눈물을 흘린시간이

다시 떠올라 오늘 나는 참 기분이 찹찹하다

기분이 안좋을땐 다른 생각을 하고 일을 하면서 생각을 떨구면 되는데

자꾸만.... 자꾸만.... 아기가 나때문에 잘못된거 같아서

죄스러운 마음이 떠나가질 않는다

거기에 시어머님이 던진 한다미 까지

내 가슴을 어지럽게 한다

"그렇게 매일 빨빨 거리고 쏘다니니 애가 유산이 되지...."

자꾸만 그 말이 귓전에서 뱅뱅~ 돈다

아무리 손자를 보고싶어하는 그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정녕 아픈 내 마음은 생각못하시고

당신의 서운한 마음을 먼저 표하신 어머님이 그때만큼 정말 미워보일때가 없었다

없어진 아이의 임신 주수를 매일 체크 한다

지금쯤이면 13주가 되있을텐데

내년 6월말쯤이면 태어날 아일텐데

한참 더울때 출산을 해서 첫애때 처럼

덥다고 징징데며 산후조릴 할텐데

아무리 덥고 힘들어도

그 떠나간 아이가 지금 내 배속에 있다면

내 목숨을 바꾼다 해도

아기가 기형이라 해도

매달렸을텐데

그 한생명 피워보지도 못하고

더더군다나 임신인것도 모른 상태에서 없어진 아이생각이

오늘 내 뇌리에 유난히 박혀 떠날줄 모른다

정말 미안하고

이런 내 마음을 누가 알아줄런지.....

연분 없던 아이를 자꾸만 생각하고 싶고

그 아이가 궁금해

이렇게라도 글을 써보면 좀 달래지려나........

담번에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한번 이 못난 엄마에게 다시 한번 와주겠니?

맨날 너네 아빠한테 시집와서 내가 이 고생을 하고 이대접을 받고 산다고

불평하는 엄마지만

다시한번 이 엄마랑 아빠의 품으로

다음 세상에 꼭 다시 한번 와주렴

그땐 정말 못다한 사랑과 정성과 

니 언니의  사랑까지 듬뿍 받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