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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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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책.


BY 도영 2003-10-25

컴 자판을 손가락으로 도륵도륵 만지며 잠시 망설여 진다.

늘 재밌는 글만 써서  내글을 접하는 분들께 웃음을 선사 해야 하는데

미안한 마음에 도륵도륵 자판을 문대다

"" 마음 가는데로 ..쓰고 싶은데로.. 쓸거야"

이윽고 제목은 일단 뒤로 미루고 우선 쓰기부터 했다.

 

심삼치 않은 요즘 내 심경의 변화에 나역시도

""어...왜이러지?이래서는 안되는데 말야..""

알면서도 내마음 원상회복 시키지 못하는 내자신에게  스스로가 피곤하다.

하루라도 싱크대 문짝 닦지 않으면 찝찝했고

하루라도 털이개로 먼지 안털면 청소하는 축에도 넣지를 안았고

하루라도 가구 안딱으면 하루종일 ""닦아야 하는데....""부담을 느끼며 그래그래 살았는데.

몆달전부턴가  살림에 손을 떼기 시작했다

설겆이 쌓아 놓고 외출해도 볼일 볼거 다 보고

청소 며칠 안해도 사는데 까딱 없고

아무 불편이 없는거였다.

내가 청소기 돌릴라 치면 남편이나 두 아들들은 그렇게들 말리며 내일 하라고 했는데

요즘은 남편이 설겆이를 하고 애들 한테 청소를 시키며 이렇게 살아간다.

집안이 드럽던지 깨끗한지 관심 없던 남편은 워낙 내가 요즘 집안 살림에 손을떼니

보다보다 주방으로 들어가 설겆이를 하는 나날이 연속되자

프로가 다되어 요령도 생기면서 얼마나 깔끔을 떠는지.

매일매일 가스렌지 딱아 받침대며 모며 씻어 엎어 놓고 내가 퇴근 하면 반짝이는 가스렌지가

제일먼저  주방에서 내눈에 들어온다.

"아...그렇구나...혼자 완벽 하면 상대가 기대는데 내가 모자라보니 이렇게 편하구나..""

그랬다 지금까지..

시댁일이건 집안 일이건 애들 교육이건 나는 나혼자 척척 하는 여자 였다.

남편은 마누라로 인해 별난 시집 이라고 가운데서 별 눈치 본적 없고

한마디로  착착 알아서 모든걸 처리 하는  마누라에 품에서

기죽지 않는 사회생활 을 해왔다.

그런데 이십년 하고도 두해를 그래 살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동안 쌓였던 잠재 되어있던 불만들이

삐질삐질 목구녕을 타고 입밖으로 나오기 시작 하고 뒤늦게 찾아온

 ""자아""의 근원을 찾으려니 트러블이 생기는건 당연 한거다.

오늘 아침에 수능 열흘 남짓 남은 작은 아이  뽀얗게 받은 쌀뜬물에 된장 반 막장반 풀어

오갱이 배추국에 밥말아 먹이고 아이 학교까지 내려주고 오는 자동차안에서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뚜렷한 대상도 없이 ....

신호 대기중 넓은 교차로 도로위에 여름내 푸른물감이 뚝뚝 떨어질듯 했던 잎사구들이

낙옆이 되어 스산하게 뒹구는 모습에서 늙어가는  나를 보았다.

울컥 ...울컥..또 욕이 나온다..그리고 몆마디 욕끝에.

""두 아이들을 볼모로 내스스로 인내의 세월을 보냈지만..이젠 택도 없어.왜 내가 다들 책임지고 살아야해?이제 더이상 시부모든 어느누구라도 내 인생의 핵심이 되어 좌지우지 되는 일은 없을거고 이제는아쉬울게 없지 이제는 큰아 군대 가고 작은 아 대학 기숙사 들어가면 내손에서 이젠 뜨는데 그 아이들이 볼모는 이젠 아니야. ..그래...아쉬울게 없어..똥벳짱도 내밀거야.!18!~~열여덟~~""

신호가 바뀌는 짧은 몆분동안 뇌리속에 폭팔적으로 스쳐가는 생각들..

아마도 나는  나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가를 보란듯이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마음속에

꼭꼭 채워진 발상 같았다..

희한하다 내가..

힘든 세월 다 보내고 내가 살아온 결혼생활중 제일 크라이막스인데.

이제는 살만 한데..이제는 이정도면 안락 한데.

왜 반기가 들고 싶어질까.

고개 까닥 들고 반항 하고 싶어질까.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달랑 단칸방에 나혼자 이불 한채에 숟갈 젓갈  하나에 냄비 하나에 밥지어먹고.

내가 책임져야 하는 짐들을 훌훌 떨쳐 버리고 나만을 위해서 살고 싶은 꿈틀댐을

 지지누르고 억제하며 살으려하니 삶의 의욕도 없고 넋이 나가 바라보는 바다는

무정시려울만큼..파랗고  잔잔하고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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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대학 기숙사 들어간 큰 아들이 시험도 끝나고 강의도 없다며 집에 왔습니다.

학원 출근을 하며

몆날 며칠 치우지 않은 집안을 ""복달아 집좀 치워놔라 침대 이불 털고 청소기돌리고 설겆이좀 하고야.엄마가 퇴근할때 현관문을 여는순간 잘 치워진 집을 보고 기뻐 하게끔 ..해조라.."

설겆이는 절대 못하고 청소기는 돌려 놓는단 아들의 말에

""엄마가 요즘 딜레마에 빠져 자포자기 상태다..세상 구찮타..알아서 기어라.."'

에미의 심각한 우울증을 직시 못하는 녀석은

""다들 엄마 나이때는 그렇타드라모..아줌마들의 대표적인 증상이란다모.."""

까만 쉐타에 까만 바지에 빨간 숄을 걸치고 현관 거울을 보며

계단에서 이리비추고 저리 비추며 시간을끄는 에미에게

아이는 ""다녀오세요~~!!'"하며 현관문을 쾅 닫아버린다..

꽁꽁 닫힌 저문 ..저문을 열면  고가구 거실장식장이 있고 벽에는 활짝 웃고 있는 대형 가족 사진이 있을테고 거실장 앞에는 체리색 날근날근한 쇼파와 짙은 분홍색 10년된 정든 쓰레기통도 있는데..내 손때묻은 모든것들을 포기하고 내가 홀로서기를 꿈꾸는 욕망이 왜이리 오래 가는걸까..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 대는 내자신을 다시한번 가다듬고 점검 하며

스스로 내자신에게 질책을 가 하는 하루였습니다.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