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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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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어둠의 터널 속으로


BY 동해바다 2003-10-19


왜 내게서 편안하고 행복해 뵈는 모습이 보인다고 할까. 

내가 거두지 않으면, 내가 보듬지 않으면 하는 식으로 나는 나를 희생해가면서 
모든것을 감싸 안았다. 

털어놓을 수 있는 단 몇 명 외에 내 사정을 아는 사람은 없었고 
또 내뱉지 않는 내 모습에서 사람들은 있는 자들의 풍족함을 엿봤나부다. 

있다는 것. 
치가 떨릴정도로 '있다는것'에 환멸을 느낀다. 
실제 우리가 가지고 있는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단지 빈털털이만 아니라는 것뿐. 사람들은 모른다. 

어제 어머님 집에 들르신 이모님은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 선하게 살다보면 복은 그사람에게 온다고 - 

복받자고 선하게 살고싶진 않다. 
내 할일이기에, 내게 닥친일이기에 감수하면서 모두 감싸 안았지만 
이젠 한계가 온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안타깝다는 말씀만 하시는 이모님은 

- 네가 어떠한 길을 택해도 할말이 없다 - 

- 간사스럽고 욕심많은 사람들이 모여 너를 해치게 하는구나 - 

- 꼴이 그게 뭐냐 - 

하시며 타온 홍삼즙을 내게 주시던 분, 아침부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집을 나온지 오늘로써 5일째다.
있는 자들의 추악함에 결국 그것을 핑곗거리로 삼은 남편은 다시 술을 입에
담기 시작했고 제1 피해자가 내가 되어야 했기에...
견디다 못하고 또 집을 나오고 만 것이다.

치가 떨리는 있는자들의 이기심, 욕심... 
환멸스럽다. 

의자를 밟고 올라가 싱크대 구석진 곳에 어머님은 폐물과 통장등을
그곳에 숨겨 놓았었다.
그것을 내게는 알려주면서 '그리 알아라' 하셨다..
하지만 난 관심밖이었고...
나중에야...한번 통장 속을 들여다 본것인데...

빈집에 있다는 것이 불안하다고 우리에게 일언반구 말도없이
가져가 버린 그들의 행태에 혀를 내두르고 미리 치워놓지 못한 우리
자신이 병신이 되어 있는 듯 하다.

빈집이라 가져갈 폐물이라면 어머님이 보관했던 주머니채로 가져가는
것이 마땅했을텐데 ....
그속에서 값나가는 것만 빼내간 저의를 도무지 알수가 없다...
말을 하지 않아도 다 들여다 보이는 속셈들...

내게 변명이라도 하라 한다면.....난 그랬다.
빈집이라도 내가 수시로 드나들고 있으며...
그래도 어머님 물건인데...어머님 귀중품인데 어찌 내가 손대랴 하는
가벼운 생각때문이었을까....
결국 화살은 내게 돌아오고....나는.... 
- 병신같은 * - 소릴 듣고 만다. 
그래 모두들 나를 욕해라 그래서 편하다면, 다 받아주마 
이젠 사는날까지 편하게 샆고싶다는 내 이기적인 욕심이 발동을 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답답할까 
점점 더 긴 어둠의 터널 속으로 깊이깊이 빠져 들어가는 것만 같다.

아이들에게 간단한 문자메세지를 넣고 늦은시각 빈집을 향하여 들어가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