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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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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만큼 땅만큼


BY 바늘 2003-10-19


한번 구겨진 자존심 회복이 이리 오래갈까?

 

보통 하룻밤 깊은 잠에 빠져 허우적 거리다 새날을 맞으면 어느정도 망각속에

흐릿해져 물탄듯 그리 지내왔는데 몇일전 나락으로 떨어져 상처받은 마음이 시간이 갈수록

우울한 슬픔속에 나를 가둔다.

 

 나보다 못한 사람을 떠올려 보며 감사하는 생활을 딴에는 제법 스스로 훌륭한 생활자세라고 단정 지어보고 아울러 그런 바람직한 단정이 내안에 고정틀로 자리 잡아가는가 싶었는데

업무중 50대의 남자 고객으로 부터 짓밟아진 자존심에 상처가 너무커 그저 신세한탄이 절로나는 요즘이다.

 

그간에 수천명 아니 수만명이겠지 콜센터에 근무하면서 여러 갈래의 업무를 맡아왔었다.

 

국제전화, 시외전화,가지 가지 종류도 여럿

 

수행하는 업무마다 각기 다른 스크립터

 

말하는 내용에 따라 때로는 사무적으로 짧게 때로는 친근한 이웃처럼 정답게

 

어쩌다는 박식한 전문가답게 자신감있는 멘트도...

 

살아온 세월(?) 나이 덕이었는지 자연스레 고객들과 친화적으로 마주하고 짧은 순간에 많은  실적도 이루었었다.

 국제 전화 업무를 할때는 대기업의 오너와 이름만 대면 금방 인지도 있는 분들과도 자연스레 콜을 했었고 또한 성과도 좋았었다.

 

그런데 최근 보수도 좋고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전문적으로 한업무를 하기에 발전적이다 싶어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는데 쉬운 일이 아니란것은 사전에 어느정도 가늠했지만

막상 뚜껑열고 들어가 10여일 수행해보니 순간 순간 가슴이 다 타서 재가 될 지경이다.

 

전자동 시스템으로 계속 잠시의 틈도 없이 콜이 들어오고

고객과의 통화시간도 많게는 몇십분이다

 

전에 하던 일들은 대부분 몇분간의 통화로 YES NO가 나왔었다.

 

한번 통화를 끝내면 진땀이 나고 오전시간이 끝나갈 즈음 얼굴을 보면 푸석 푸석 부어있다.

 

처음이라  많은 신경을 곤두 세우고 고객에게 전달해야할  스크립터 내용도 벅차기 때문인가 보다.

 

시간이 해결 해줄거라고 스스로 다독이면서 일을 하는데 그날은 왠지 출근하자 마자  첫번에 만난 30대의 주부 고객과 상담이 잘되어 기분이 좋았었다.

 

하지만 왠걸 11시쯤 넘어갈 무렵 마주한 50대의 남자 고객

주소지는 서울이었지만 경상도 사투리가 베어있는 깐깐한 고객

 

처음부터 시비조로 나오더니 다른 업무를 못하게 끊지도 않고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어 갔다.

 

해드셋을 집어 던지고 뛰쳐 나오고 싶었지만 나이 어린 후배들 보기도 그래서 꾹꾹 눌러가며 최대한 웃음으로 친절하게 마무리를 짓고 나오고 싶었다.

 

자기 보고 지금 웃으면서 고객이 왕인데 비웃냔다

기가 막힌다.

물론 예고없는 전화로 하던일에 잠시 텀을 두고 실례를 범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바쁘셨나봐요 죄송합니다.

 

버럭 버럭 소리를 지르며 니가 뭘 죄송한데 무슨 죄 지었냐고 성화다.

자신은 하나도 안바쁘고 아주 한가했었단다.

 

심심한테 너 잘됬다 싶었을까?

 

업무를 계속해야 하기에 이만 끊겠다고 되도록 친절하게 응대했지만 막무가내다

첫마디에 거절했는데 다시 말대꾸를 했냐는 것이다.

 

가슴에 돌이 ...

 

순간 아이 아빠 얼굴이 떠올랐다.

 

왜였는지 그 괴로운 순간에 애들 아빠 얼굴이 떠올랐다.

 

울컥하는 설움을 누르고 눌러 참다가 통화를 끝내고 첨으로 입사 이후 통곡에 가까운 흐느낌을...

 

지난 이야기가 무슨 소용있겠냐 만은

뭐 하나도 버릴것 없단 소리 들어 가면서 살림 잘하던 나였다.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고 집안 살림에 외형이나 내형이나 고르게 똑소리 나게 꾸려왔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날들이었다.

 

욕이 원망이 한도 없이 흘러 나왔다.

 

눈이 빨갛고 울어서 얼굴은 엉망이다.

 

팀장이 다가와 꼬옥 어깨를 감싼다.

 

 오후 들어 다시금 진정을 하고 퇴근 시간까지 차분하게 일을 마쳤다.

한걸음에 집으로 달려와 문을 여니 모의고사 보고 고3딸이 이른 귀가를 하여 집에 있었다.

 

먹을것을 좀 챙겨주고 문을 닫고 방에 들어가 낮에 다 못 떨군 눈물을 손수건이 풍 젖도록

펑펑~~

 

얼마를 울었을까?

 

아들아이 보다 애교도 없고 말수도 많지 않은 딸아이가 쟁반에 받쳐 핫케잌을 언제 구웠는지

하트모양으로 만들어  울고있는 엄마에게 건네 준다.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는 핫케잌 한조각

 

그위로 뚜욱뚝 눈물 이 떨어졌다.

 

딸이이 얼굴을 바라보지 않았다.

 

한없이 약해진 엄마의 우는 얼굴 보이기가 그랬다.

 

고맙다 잘먹을께~

 

딸아이 깊은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생각이 많은 요즈음

 

자기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애들 아빠가 원수처럼 느껴진다.

 

모든일을 그렇게 망가뜨리고 아마도 저혼자 신혼이 그림 같은가보다

 

같은 업무를 하는 동료들중 기혼의 직원들은 남편들 모두 힘든 이일을 이제 접으라 한다는데

 

여지것 굳세게 혼자서 버텨왔으나

 

남편이란 든든한 버팀목이 떠억 받치고 있는 그네들이 요즈음  그렇게 부러울수가 없다.

 

아주 많이~~ 하늘만큼 땅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