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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가을.


BY 도영 2003-10-19

며칠전 새로운 산책로를 발견하고 이틀째 왕복 1시간여 거리를 새로 발견한

그길을 걸었엇다.

늘 .습관처럼 .학원서 퇴근하고 내가 다니는 헬스클럽앞을 지나 바닷가를 거닐다 헬스클럽으로 향했는데 그날도 노을이 내리는 바다를 멀거니 바라보다 오른쪽 먼바다를 바라보니 노을속에 히끗히끗 하니 길게 늘어선 흰선이 노을속에 내 시야에 들어왔다.

 

 실눈을 뜨고 바라보아도 여전히 그 흰물체의 정체를 모르겠어서 나는 그곳으로 가보기로 하고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재바른 걸음으로 그 흰선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이십여분 걸었나 흰선의 물체는 이미 어둠이 내려 보이지를 않고 방파제 로 진입하는 진입로가 보이길래 약간은 무섭지만 방파제 끝 등대로 향했다

 

깜빡 거리는 등대는 생각보다 멀었지만 잘 단장한 방파제길은 걷기에는 안성마춤이였고 초저녁 가을 바다바람이 적당히 바다를 어루만지며 나를 휘감고 나를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육지와 가능한 멀어지고 싶은 나는 방파제 깊숙이들어갔다

이상하게 뭍하고 멀어질수록 바닷바람은 보드랍고 따스하니 안정감을 주었고 육지와 멀어져 바다 한가운데로 향하는 야릇한 희렬감을 느끼며 방파제 끝 등대로 향했다

 

띄엄띄엄 낚시꾼들의 야광 낚시줄이 나의 무서움을 덜어줬고 아까 보았던 흰 선은 다름아닌 아치모양의 방파제 난간이였다.

 

아치모양의 방파제 난간은 육지에서 새어나오는 조명을 받아 흰선의 정체를 드러내고 있었고고 흰 난간 아래를 내려다 보니 검은 바다가 출렁이고 누가 건져올린건지 붉은 불가사리들이 별모양을 하고 죽어 있었다

 

등대을 따라 흰난간을 의지한채 20여분을 걷다보니 방파제 끝 등대가 보였다  등대를 뒤로하고 흰 난간에 몸을 기댄채 내가 걸어온 육지를  바라다보니 원모양으로 바다를 빙 에어싼 크고작은 빌딩숲과 고층 아파트불빛들이 화려한 빛을 발하며 나와는 반대편에서 문명세계의 밤은 깊어만 가고 있었다.

 

뒤로는 정박해 있는 선박들의 불빛이 마치 레이져쇼를 하듯바닷물에 흔들리고 포항제철의  불빛과 불꽃들이 마치 거대한 성같은 느낌이 들었다 바다를 가른 방파제 양쪽에는 깊고 푸른 바다가 넘실대고 그 한가운데 인적 없는 방파제 를 뚜벅뚜벅 걷는 내 발자욱 소리만이 깊은바다속으로 흰 난간을 넘어 사라져 가고있었다.

 

바다를 뒤로하고 육지의 불빛들이 보이는 오던길을 걸으며 많은 상념속에 잠겨서 조금전에 뚝떨어져 홀로 깊은 바다 한가운데 방파제위에 서있던 나는..어느새 해변가 인파들 사이로 걷는것조차 잊을만큼 깊은 시름과 상념속에 잠겨버렸다.

 

두런두런 까르르..사람들에 소리에  올려다보니 내가 걸엇던 방파제 등대불이 저만치 깜빡이고 가을이 깊어가는 깊이만큼 나의 마음속에 반란은 끝이 보이지 않고  참았던 굵은 눈물 방울이 후두둑!떨어지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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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홀로서기를 생각해 본다

며칠전 남편에게.""나 작은 아파트 한채 만 얻을 여력만 되면 홀로서고싶어'"

남편은 피식 웃으며 내말을 허술하게 듣고 넘어간다.

""복달이 군에 입대하고 작은아 대학입학해 기숙사 들어가면 나도 이젠 당신 인생에서 나는 빠져나오고싶어""'

홀로서기를 꿈꾸는 나였다

잠시 이럴줄 알았는데 내가 생각해도 홀로서기에대한 열망이 꽤 오래가는걸 보니 내 반란은

가을탓도 아니고 먹고사는데 하자가 없어서 심심해서 하는 반란은 아닌 꽤 심각한 수준임은 확실한것 같다.

너무너무 힘들고 지쳐서 쓰러져 신음 하던 시절에도 나는 이러지 않았다

무수한 압박이 가하던 새댁시절에도 반란을 꿈꾸지 않았으며 용케도 버티고 극복해 나갔다

그런데..버티고 ...극복하고..이루고나니..밀려오는건 허무였다

좋은 시절을 좋은 기억없이   보내고 나니 이젠 나도 내가 주축이된 독립적인 인생을 살고 싶어졌다

누구누구네집 종갓집 맏며느리자리를 제끼고

누구누구 안사람을 제끼고

누구누구 애들 엄마을 제끼고

내몫을 충분히 했으니 이젠 고만 당신 인생에서 나는 퇴장 하고 싶다고 남편에게 말해버렸다

그러자 남편은 내가 가장 아파하는 부분을 건드렸고

가장 아파하는 부분을 폭격당한 나는  전혀 아픔도 없이 냉랭한 웃음으로 답했고

냉랭한 웃음과 함께 나역시 그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려 버렷다

아니 솔직히 그의 아킬레스건은 내가  건드린게 먼저였다.정확히..내가먼저..

우리부부는 이렇게 서로에게 생채기를 냈는데

이 생채기가 치유할수없는 상처로까지 치닫는다면

아마도 22년 결혼생활의 종지부를 찍어야할것 같다.

앞만보고 정상에 도달 하고 보니 그정상은 누구다 오를수있는 정상이고.. 별거 아닌데 ..

나만 힘겹게 오른 정상같아 요즘은 억울함에 홀로서기를 꿈꾸며 

깊어가는 가는 올 가을은 내 생채기난 가슴에 파고들어

갈대의 건조한 서걱거림으로 잔인한 가을로 흔들리는 가을로 기억될것이다.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