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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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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풀이를 마치며


BY 영악한뇬 2003-10-19

 

이젠 아이디를 바꿔야겠다

< 영악한뇬 >을 < ...>뭐라 바꿀까?.

 

시어머니가 신혼을 시작하는 시점에 남편에게 며느리인 내 흉을 보면서 칭했던 나의 이름 아닌 이름.

 

두가지의 한풀이 ..

따듯하고 밝은 코미디를 쓰고 싶었는데 장편 코미디를 두세편 쓰는 동안 늘 망했었다.

 

망하다. 말 그대로 망했다.

4번째로 도전한 것이 < 마녀 호모>인데 나름대로 반응도 좋고 우선 나 자신이 만족했다.

 

두달 동안 학교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것 외에는 바깥 나들이도 하지 않고 꼬박 안에서

만 글을썼다.

 

하루에 한번씩 머리를 감아야 직성이 풀리는 기괴한 버릇도 두 달동안 사라지고

 

더럽게 기름기 흐르는 머리카락에 냄새가 물씬 풍겨 늘 벙거지 모자를 눌러쓰고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에 가곤했다.

 

매일 잘 때 풀어둔 삔을 찾지 못해 허둥거리다가 결국 젓가락을 틀어 올린 머리에

꽂고 나가다가 이젠 늘 삔대신 젓가락.혹은 붓. 혹은 연필이 꽂혀있다

 

나쁘게 말하면 게으른거고 좋게 말하면 시간이 없어서다.

 

아이들이 4시면 집에 온다

그시간 부터 간식을 먹이고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설겆이를 하고

 

아이들을 씻기고 책을 읽어주고 재운다.

 

11시 쯤 작업을 시작한다 , 다음날 아침 4시까지.

다시 좀 자고 아침 7시 반에 일어나 아이들을 챙겨주고 학교에 보낸다.

 

다시 작업한다.

11시쯤 글을 올리고 잔다. 2시에 일어나 챙겨서 학교로 간다.

 

이 시간의 반복이 두달 동안 꼬박되었다.

몸은 지치고 , 흰머리가 늘어나고, 얼굴에 뾰룩지가 나기 시작했다

 

머리속도 멍해진채

다른것에는 신경이 가지 않았다.

 

이상하게 살고 있다.

그래도 한풀이를 했다

 

판타지

이 나이에 판타지. 그것도 외국 이름에 외국식 내용이 가득한 판타지 쟝르를 업어버리고 한국식 판타지를 쓰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 정인 >을 통해 풀었다

 

속이 시원하다.

 

조회수는 별반 높지 않지만. 고정적으로 정말로 사랑해주는 몇몇분들이 계셨다

 

매회 리플을 남기시고. 매회 내용에 대해 감상평을 남겨주셨다.

 

그분들에게 정말 감사한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모든 사람들이 리플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지만 - 나는 < 정인 >을 완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매일 12시면 어김없이 올렸는데

그분들 생각에 늦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올리고 어쩌다 컴이 이상하면 기다릴 사람 생각에 마음을 졸였었다.

 

이제 마지막회 한편을 남겨두고 있다.

시원 섭섭하다.

 

하지만. 마음에 어느정도 여유도 생기고

어제는 차창 밖으로 흔들리는 나무의 색깔과 움직임도 봤다.

 

늘 . 아이 학교에서 30분 정도 보내는 시간동안

그 시간동안도 차안에서 노트북을 펴들고 다음날 올릴 소설에 대한 수정을 하느라

 

얼굴을 들고 창밖을 내다볼 여유가 없었는데...

 

그제서야. 아. 가을이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낙엽이 날아다니고

나무 잎들이 노랗고 빠알갛다.

 

가을 바람에 나무 잎들이 한들거리는 것을 보면서

정말. 그제서야 가을을 느끼다니

 

두달 동안 내 머리속 생각이라는 놈은 어딜갔다 온걸까?.

마치 꿈을 꾼듯. 현실속에는 없었던 것 같다.

 

가끔 현실이 지독히도 막혀대고 앞날이 불안할때면 나는 어떤식으로든 미쳐야만 된다

미치지 않으면 지독히도 막막한 현실때문에 주위의 여러 사람을 괴롭히게 된다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대고

신세를 한탄하고

답도 없는 질문을 해대고

나보다 잘 사는 사람들을 무턱대고 미워하고...

 

그렇게 사느니. 미치는것이 나은것 같다.

조용히 잠시 힘든 현실을 피해가는 나만의 도피법이다

특히 아줌마라는 직업은 한이 엄청 많은 직업이다

 

그래서 아컴이 이리 좋은건지 모른다

글로써 풀어내는 아줌마들의 한풀이.

 

에세이. 시. 동화, 소설 ....종류는 다르지만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이렇게 나의 한풀이를 꺼적일수 있는 것도 아컴이니 가능하다.

나는 아컴이 고맙다. 한풀이를 무사히 마칠수 있게 해주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