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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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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찜했다


BY 꽃사과 2003-10-17

지난번에 산에 올랐을때, 미처익지않은 밤나무 한그루를 보고왔었는데, 바람도불고 비도 왔으니 모두 알밤이되어 떨어져있을거란 생각이 머리에 든순간 참을수없는 성급함이 몰려온다.

어제 딸아이가 집에오기가 무섭게 밤 줏으러 가자고 하니 울 딸아이 신이나서 따라나서것만, 언제나 문제는 울 신랑
자기가 산에가고 싶으면 무슨일이 있어도 날 앞장세워 나서면서 내가 가자고하면 자기가 뭐라고 그리도 튕기는지~~
어제도 이상하리만큼 큰버섯 사진도 찍을겸 같이 가자고하니 눈을 슬그머니 감으면서 졸음이온다나,
그리고 조금있다 시내에 간다고 하기에
후회하지말라며, 딸아이손잡고 집을나선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둥실 걸려있는것을 보면서 어느 글귀가 생각나 피식 웃어본다.
맑은 바다는 파란 하늘을 보면서 하늘을 너무사랑해 하늘을 닮은 파란색이 되었고,하늘도 바다를 사랑해 바다색이  되었다지
그래서 하늘과 바다는  같은색이라네
사람도 살면서 그렇게 좋은사람의 모든것을 닮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사이 논두렁길 ^^멀리 밭에선 아줌마들이 정신없이 들깨를 베고 있고 밭두렁옆에는 빨간감이 탐스럽게 우리를 유혹한다.
산으로 발을들여놓으니 구절초가 환한웃음으로 우리를 반기고, 딸아이는 오랫만에 도란도란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니 무척이나 좋은가보다.
갑자기 뒤따라와 앞을 가로지르는 흰둥이녀석과 방울이때문에 놀라기도 하면서 내가 찜해놓은 밤나무밑으로 향한다.
우~~~~와 역쉬 예상대로  붉은 알밤이 여기저기 떨어져있고,동작빠른 다람쥐녀석들이 시식하다 남은것도 보인다.

부지런히 알밤을 주우며 고슴도치처럼 송이채 떨어진것을 양발로 쫘악벌리면 흥부네 박속에서 금은보화가 쏫아지듯 알밤이 나온다.
알밤^^별것아니것만, 알밤줏는 기분은 왜 그리도 좋은지
떨어진 알밤만 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은 상승하고
 울 딸아이도 여기저기서 알밤을 주우며, 밤송이를 까는 엄마가 대단한것처럼 느껴지는지 저도 한번 해 보더니 이내 포기를 하곤 송이를 나에게 던져준다.

엄마 엄마는 어떻게 그리 잘까요? 하는 딸아이를 보면서 밤송이 까는 방법을 알려주지만 잘 안된단다.
먼저 울 막내도 신기한듯 물어오기에 응 밤송이를 보면 꼭지가 있는데, 그곳은 나무에 달려있던 배꼽이야
배꼽있는쪽으로 까면 잘 안까지고 반대 줄이있는쪽을 양발로 반식밟고 살짝 벌리면 알밤이 쏘~옥 나온다고, 알려줬것만 잘  안된다고 이내 포기를 했었는데,..

알밤을 보고도 잘 안보이는지 대충대충 줏는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 어렸을때는 그런것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잘했는데, 또한 한알의 알밤도 더 주우려고 눈을 크게뜨고 다녔던 기억을 되살리며,

토실토실한 알밤을  한알한알 주우며,  지나온 나의 인생도 주워본다.
밤을 줍기까지 아스팔트길을지나   논길도 걸으며 험한 가시밭길을 지나와 탐스러운 알밤을 줏듯
그렇게 지나온 나의인생을 가슴에 주워담는다.

가진것없어 내 사랑하는 아이들만 생각하면서  온 정신을 일하는데만 쏫던 그런때가 있었기에 지금 이 생활이  얼마나 행복한지 느낄수있음에 감사한다.

엄마의 사라짐에 학교에서 돌아온 막내는 엄마의 뒤를따라와 엄마와 같은 기분으로 밤을 줏는다.
엄마가 여기온줄 어떻게알고 왔어?
혼자오면서 무섭지는 않았는지 묻는 엄마에게
"엄마가 안계셔서 여기 오셨을줄 알았어요" 하며 당연한듯 대답한다.
이런것이 가족이리라
말 안해도 통하는것

다람쥐 밥을 조금 남겨둔체
막내때문에 더 좋아진 기분으로 밤 한봉지들고 내려오는 가을날은 그저 싱그럽기만 하다.

한두번 쪄 먹으면 없어질것이지만,
나는 오늘 가을 바람을 나의 가슴에 가득채우고 맑고 풋풋한 가을 하늘을 나의 눈에 넣곤 온몸으로 행복이란 추억의 옷을 입는다.
앞으로 살면서 가끔 오늘 내몸에 채워둔 가을을 몰래 몰래  꺼내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