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갖고 있기에 주말에는 미뤄 두었던 집안일에 손이 바쁘다.
음악을 몇곡 듣고 맥놓고 앉았다가 이제 일어 서려는데 저아래 영악한님이 올려놓으신 엄마와 딸이야기가 하도 가슴에 와 닿아 그만 다시 이렇게 토닥 토닥 ...
어제는 딸아이가 S여대 2학기 수시에 감사하게도 1차에 합격을 하고 2차 면접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수시로 대학 들어가기가 큰아이때 경험해 보니 그리 만만하지 않음을 알고있는데
야무진 딸아이 혼자서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학과 선정하고 자기소개서 꾸미고 차근 차근
원서 구비하여 우체국 가서 붙히고 에구구 내가 정말 고3 엄마가 맞는지~
저는 그저 한거라고는 원서대금 마련해 준것뿐이었지요
미안하기도 하면서 대견하기도 하고 다 자기 복이려니 생각도 하지만
지금 군에간 아들아이 수시로 3학년 1학기에 대학입학 했을때 그때 이 엄마
아들이 대학가는것인지 내가 가는것인지 분간이 어려울 만큼 대학 입시 설명회마다 발로 불나게 뛰어 다녔습니다.
학교 선생님들까지 저에게 설명회에서 받아온 자료를 구할정도로 말입니다.
허나 살다보니 어찌 이쁜 딸아이 고3 뒷바라지가 이리도 허술한지 마음에 돌이됩니다.
다행이 면접날 주말이라 근무를 안하니 마침 잘됬다 싶어 딸과 함께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마을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주말이라 바쁜 서울 시내 교통도 걱정이라 막힘없는
지하철이 최고라 생각하고 역에서 내려 다시 택시로 면접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아빠 엄마 그리고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까지 안고온 총출동 가족도 있더군요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도 올라왔기에 사투리쓰는 학생들도 여럿이고 면접 예상 문제를
어디서들 구했는지 한아름씩 안고 외진 나무 그늘 밑에서들 중얼 중얼~~
중요한 순간에 당찬 구석이 있는 딸아이는 겉으로 웃으며 태연한듯 보였습니다.
게다가 면접 안내문을 받아보니 딸아이는 지원한 과에 면접 첫번 순서였습니다.
잘해라~~ 넌 잘할거야 평소대로 해 알았지?
엄마 엄마 그래도 뭐좀 물어봐 ~
내가 문제를 직접 주머니에 손넣어 뽑는거래 2문제를 말이야~
글쎄~~ 뭘 물어볼까? 지원한 과가 정보영상학과 인데 왜 그과를 지원했나요?
너무 빤한 질문이었나?(그런데 실제로 교수님이 물었단다 ㅎㅎ)
딸아이 생글 생글 웃으며
네에~~ 제 경험으로 볼때 가보지 않은 나라를 영상을 통하여 그나라 문화와 생활을 간접적으로 바라볼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세계화 국제화의 시대에 우리나라 고유의 오랜 전통의 문화와 생활속의 일들을 메스미디어를 통하여 ~~
아니 지금 하는 내 표현보다 조금더 전문화된 용어의 표현을 구사하는 딸아이
그래 그만해라 그만하면 됬어 ~
내가 보기에 그저 이쁘고 대견하기만 하였다.
면접시간 20분정도 앞두고 대기장소를 들어가는 딸아이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푸름이 우거진 숲속 벤치를 찾았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딸아이가 조금은 벌게진 얼굴로 통통 걸어옵니다.
어땠니?
엄마~ 아고 모르겠어 어쩜 그렇게 질문을 많이 하는지 교수님 세분이 계속 질문을 그리 많이 하는거야~
그래서 뭐라했니? 대답은 잘한거야?
종알 종알 못했다고 했다가 잘했다고 했다가 그러다 아 내가 이렇게 말할것을 왜 그랬을까?
그래도 이부분은 잘했어~~
시험은 항상 사람을 초긴장하게 하기에 딸아이는 한참동안 면접에서 질문과 답한 내용에 관하여 보따리를 폴어 나갔습니다.
뭐좀 먹자 이제~~
딸아이는 배가 안고프다 하더니 그래 엄마 먹자~~
늦은 점심을 들고 명동에 간만에 들렀다 집에 가자는 겁니다.
눈앞에 지나가는 버스에 그쪽 방향이라 적혀있기에 무작정 올랐습니다.
세상에 청계천 공사를 깜박~
버스안에서 두어시간도 넘게 지치고 명동에 내리니 미식 미식 속도 거북하고 수많은 인파에 부닥거리니 어질 어질 거렸습니다.
오랫만의 나온 딸아이는 구경거리도 많은지 여기 저기 그러다 불이 반짝 거리는 핸드폰 악세사리를 보더니 한참을 서서 서너개 골라 담았습니다.
유명 의류 매장에 들어가더니 고가의 가격표를 보고 그냥 슬며시 놀라더니 엄마 그냥 가자~~
그게 좋으니?
아니 엄마 그냥 본거야~(아마도 이 엄마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듯~)
다시금 외국 관광객까지 보태어진 쇼핑센터에 들어가자고 하는데 난 너무 지쳐서 그냥 너혼자 보고 나와 엄마 여기 앉아 있을께~
싫어 엄마 같이 들어가자~~
아휴 그냥 너혼자 보고 나와라~~
끝내 우기는 딸아이를 따라서 그 복잡한 곳에 발길을~
아 고단해~
최근 회사에서 1년 반넘게 하던 업무를 접고 새로운 업무에 들어가서 잇몸이 들뜨도록
지치고 힘든 상황이라 쉬고 싶기만 하였습니다.
그러나 철부지 딸아이 명동 중국대사관 앞에 자기가 평소 좋아하는 중국 연예인 사진을 상점에서 진열하고 판다며 거기를 가자고 조릅니다.
에구 그래 가자~ 바로 저기다~ 저어기~
그렇게 딸아이 비위를 맞춰주고 집으로 오는 지하철에 파김치가 된 이 엄마 ~
노약자석에 빈자리가 보이기에 앉으려 했더니
얄미운 딸년(?) 글쎄 엄마~~ 학교에서 배웠는데 그자리는
앉는 자리도 비켜주는 자리도 아니래요
그러니까 엄마는 앉지 말아야지~
야~~ 너 말이야 엄마가 마냥 젊은 보이니?
머리 염색 안하면 거의 반이상은 백발이다
게다가 지금 엄마는 너무 힘이들어~
딸아이 얼굴을 쳐다보니 이 엄마 말은 아랑곳 없고 그냥 엄마는 마냥 청춘이라 서있으라는 겁니다
에구 나쁜 지지배~
딸아이가 그리 얄미러운지...
바로 옆칸에 일반석 자리가 보이기에 그리로 자리를 옮겨 앉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자리가 나기에 옆칸에 서있는 딸아이에게 폰을 해서 오라하니
뾰루퉁해서 싫어 됬어 툭~~
너무나 서운했습니다.
이 엄마가 누굴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고 참아가며 지내는데
저렇게 모나게 굴까 싶어 너무나 마음이 상했습니다.
그래 알았다.
딸아이를 혼자 집에 들어가라 했습니다. 엄마는 늦게 갈거다 너혼자 들어가 있으렴~~
뒤도 안보고 쌩하고 가버리는 딸아이!
너무도 마음이 싸해집니다.
친구를 만났습니다.
친구에게 이런 저런 일들을 이야기 하고 하소연을...
한잔의 술기운인지 신세 한탄이 절로 나오고 한발 한발 무거운 발걸음 ~
25층 에레베이터 꾸욱 누르고 마주한 현관문
노란 메모지 한장이 현관문 밖에 떠억 붙어 있더군요.
커다란 글씨로 말입니다.
엄마~ 화내서 미안해~~
힘들고 야속하던 마음이 눈녹듯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사르르~~
자식이 뭔지~ 사는게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