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이면..
흔히들 파전이나 김치전을 떠올립니다.
누가 처음에 비오는 날에는 그런 음식을 먹기 시작했을까요?
한사람씩 한사람씩 비오는 날이면
파전을 혹은 김치전을 부쳐먹기 시작해서
지금은 온국민이 전을 부치고 먹고 하는 듯 보입니다.
몇년전..
비오는 주말이었는데
집에서 김치전을 해먹으려 하니 마침 밀가루가 떨어져
지하 수퍼마켓으로 밀가루를 사러갔었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밀가루를 찾았든지
밀가루가 놓인 자리는 뻥 뚫리고 밀가루란 밀가루는
다 팔리고 없었습니다.
황당하다 못해서
하하 웃으며 그냥 돌아온 기억이 있습니다.
온 아파트 단지에 기름냄새
전 부치는 냄새가 진동을 했구요..
그러던것이
요 얼마전부터는 비오는 날이면
라면 국물이 간절해지지 뭐에요.
건강에도 썩 좋지않은 라면이
아니 정확히 얼큰한 라면 국물이 생각이 나서
영 못견딜 지경이란 거죠.
특히나 밤이 깊어 이슥해질 수록
라면국물의 유혹을 떨쳐내기가 힘들어집니다.
한번 한번 그렇게 비오는 날이면
라면을 먹는게 습관이 되다보니
이젠 낮에는 전부쳐 먹고
밤에는 라면 끓여 먹는게
비오는 날의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안먹어도 그만인 것을...
마치 속옷을 안챙겨 입고
곱게 화장을 한 아가씨가
외출하는 것처럼 허전하기 짝이 없더란 말이죠..^^
그래서 습관이란 참 무서운 것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술에 빠지는 사람들이 아마 이 비슷한 과정을 겪어서
중독 되는 것이려니... 짐작을 해봅니다.
...
제가 남편에게
가끔 주장하는 것이 있습니다.
제 남편이 헌병 출신이라서
눈매가 좀 냉정하고 무서워 보이는 편입니다.
얼굴은 산적같이 생겼어도(하기야 그 얼굴이 우리 시모께는
젤 잘난 얼굴입니다만..)
눈매 하나는 매섭습니다.
그 눈매로 사람을 흘겨보고 째려보면
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나를 볼 땐 흘겨보지 말고
바로 봐달라고 늘 제가 주장을 하지요.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말하는 모양새가
버릇이 되기 십상인데
서로 곱게 봐주고
곱게 말해주고 그렇게 버릇을 들이면 좋겠노라고..
아직 그걸 실천으로 옮기지 못해서
가끔 제 가슴에 못을 박지만
(저는 열심히 뾰옹~ 하고 뽑아내구요^^)
저는 열심히 잔소리를 할겁니다.
버릇이란 세살적 것이 여든까지 간다하니
이 아니 무섭습니까?
마누라를
남편을
보는 부드러운 눈빛이 버릇으로 정착된다면
어디 싸움이나 되겠습니까?
모두들
자기 짝꿍에게는
부드럽게 쳐다봐주고
부드럽게 말하는 것이
버릇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습니다.
비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기름 지글지글한 전이 생각나고
라면 국물이 생각나듯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비오는 날이면
더욱 부드러워지면 얼마나 좋을까...
남편은 또 자는데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