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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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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깡 + 캔맥 + 눈물


BY 동해바다 2003-10-08

썰렁한 집안에 들어가 '외출'로 되어 있던
난방용 보일러를 '실내'로 바꾸면서 온도를 올린다.

아직도 8월인 달력과 거실 한켠에 쌓아져 있는 투석액들만이
주인없는 집을 지키고 있었다.

하루종일을 복받혀 오르는 눈물을 참고 참았다.

모두가 들어가 적막만이 감도는 골목엔 우리 가게 간판만이 덩그러니
앞길을 비추고 있었다.
나를 다독이면서 컴 속으로 들어가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보기도
하다 결국은 무섭다는 생각에 얼른 나가 셔터문을 내린다.

병원에 달반 정도 입원하시면서 비어 있는 어머님의 집...

집에 들어가기 전....
조그만 마트에 들어가 캔맥주 세개와 새우깡을 집어든다.

잘 아는 사람이기에..
"신랑이 사오래요....갈증난다고...." 물어보지도 않는 말을
난 내뱉으면서 천원짜리 몇장을 내 주곤 얼른 어머님 집으로 올라간다.

냉기가 도는 집에 보일러를 올려 놓으면서 어머님이 입던 편안한 옷으로 갈아 입고는....
거실 쇼파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따르르르릉"

전화를 받으니 남편이다.

"안올거야?"

이내 전화를 끊어버리곤 수건으로 머리를 싸매곤 얼굴에 크린싱을 막
쳐 발라댔다.

어느 누가 봐도 수심하나 없어 보였던 내 얼굴에서 난....
시름 그득한 여자 하나를 보았다.
늘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위안삼아 살았는데...
내가 짊어지고 있기에는....너무나 역부족이란 생각을 해 보았다.

캔맥 하나를 따서 시원하게 한모금 마셨다.
언제 마셔 봤는지 기억도 없을 정도로 오랜만에 마셔본 술...
몇모금 마시니 벌써 흐릿해지는 듯하다.

새우깡은 내 입에서 바사삭 소리를 내면서 여지없이 부서진다.
한모금 그리고 새우깡 하나....또 한모금 또 새우깡 하나....
캔 하나에 알딸딸해 지는 기분과 함께 설움이 밀려온다...

사는 것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혼자 위안삼아 살아가다가도 주책없이 밀려오는
서러움에 꺼이꺼이 하고 울어대는 내 모습이 너무나 처량맞아 보인다.

이럴때 찾게 되는 친구...
저장되어 있는 번호를 찾아 그 설움을 눈물과 함께 또 한번 보내고 만다.
아마 내 앞에 같이 있었으면 얼마나 부여잡고 울었을까...

그래서...
그래서...얼마나 풀어질까....

전화를 끊고는 남아있는 캔맥을 하나 더 따서 입에 쏟아 붓는다.
입 주위의 감각이 없어지면서 눈이 절로 감긴다..

아이들 등교준비로 핸폰의 알람을 확인하곤 어머님이 쓰는 침대 위로 올라가 이불을 덮었다.

그래....이번에도 한번 더 겪어 내 보자....
힘든 상황에서 빠져나온 내가 비겁하긴 했지만 나 스스로 다시한번 굳게 마음먹어 본다.

새우깡 하나에 캔맥 두개....그리고 눈물이 범벅되어
잠은 쉬이 내게 문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