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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살맛 나게 하는 어머니들의 힘


BY 土心 2003-10-06

저는 불자 입니다.

혹여 종교 얘기를 쓰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편견 없이 쓰고 편견 없이  읽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지난 토요일엔 관악산 연주암이라는 절에서 3000배 철야 정진 기도가 있었습니다.

 해마다 봄, 가을 일년에 두 번 정기적으로 행해지는 기도 행사입니다.

 

모르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사족을 좀 달자면, 사찰에서는 일주문에서 부터 합장 3배하는 것을 기본 禮로 지킵니다.

이것은 "佛,法,僧 三寶에 귀의 하겠습니다." 하는 뜻이 됩니다. 그리고는 참회의 108배, 혹은 1000배,3000배....이렇게 오체투지의 절기도가 이루어 집니다.

 절의 의미는 몇가지 있을 수 있습니다. 허나 가장 큰 의미는 下心입니다.

 내 마음 하나 조복 시키자는 것이지요. 가만히 생각 해 보면 모든 작용은 내 맘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미움도 슬픔도 성냄도 욕심도...또한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고..하는 모든 감정의 생멸이  다 내 마음 하나 어찌 다스리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그 마음 하나만 잘 다스릴 수 있다면 사는 것이 훨씬 더 단순해지고 수월해지지 않겠습니까.

 

쓰다 보니 자꾸 얘기가 삼천포로 빠집니다. 제자리로 돌아 오겠습니다.

 연주암 삼천배 기도에 저도 몇 년 전 부터 동참하고 있습니다만 그 3000번 절이라는 것이

늘 절이 생활하 되어 정말 열심히 잘 하시는 분들도 7시간은 족히 걸리는 대 장정입니다.

그러니 사람에 따라 10시간이 될 수도 있고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참으로 뼈와 살이 짓무르는 고통을 감내해야 합니다.

감히 짐작키 어려운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세상엔 도전 하는 사람들이 아름답다 하여 불가사의한 일에 도전 하는 경우도 많고,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갖가지 놀라운 일들이 곳곳에서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만

감히 말씀드리자면 그 못지않은 의미가 여기에는 분명 있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여기 이 기도에 동참한 어머니들은 정말로 나와 같은 평범한 주부들입니다.

무슨 영광이 있는 일이라고 이 일을 하겠습니까.

누가 봐 준다고 이 어려운 일을 고집하겠습니까.

아님 몸만들기 단련을 한 무슨 선수이기를 합니까.

밤에 집 비울 생각에 오전 내 동동 걸음으로 집안 일 하고, 먹거리 다 마련 해 놓고,

그러고도 집 비우는게 미안 하여 쭈빗 쭈빗 겨우 남편 자식한테 허락 받고,

부랴 부랴 그 높은 관악산까지 올라 온 힘없는 주부들이요, 어머니들인 것입니다.

 하루 등산만 해도 힘들고, 하룻밤 잠 못자는 것만으로도 힘들고... 이 나이 되면 그런건데

그런데도 숨 한 번 고를 시간 없이 올라 오자 마자 절은 시작 됩니다.

한 배, 한 배. 또 한 배......

무슨 생각으로 절을 하겠습니까?

무슨 발원을 하며 절을 하겠습니까?

과연 누구를 위한 기도이겠습니까?

구하고자 하는 원도 갖가지요,

성취 하고자 하는 소망도 갖가지요,

기도하는 이유도 갖가지이겠지요.

천 사람이면 천가지요 만 사람이면 만가지 아니겠습니까.

물론 말 안해도 그 속이야 어느정도 짐작은 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시작은 기복으로 했을 지 모르나 한 번 두 번 오체 투지 하다 보면 참회와 감사의 기도 아닌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내가 잘못했습니다. 정말 다 내 잘못입니다.

참회 하고 참회하나이다.

그리고 감사 하옵고 감사하나이다.

모든 것이 다 감사하나이다. 지금 이 순간 감사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나이다...."

그리고 마지막 끝날 때 쯤이면 어느새 모든 것이 다 비워져 있음을 느낍니다.

가슴 속으로, 마음 속으로, 머릿 속으로 하나 가득 채워져 있던 모든 분별 망상이 일시 어디로 갔는가 다 녹아 내렸음을 느낍니다.

그러고 나면 눈물이 흐릅니다.

저 가슴 밑바닥에서 부터 솟구쳐 오르는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흐릅니다.

세상에 이보다 더 값진 눈물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보다 더 순수한 눈물이 어디 있겠습니까

...........

 

이제 이 눈물이  힘이 되는 것 입니다.

살아 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며 지혜가 되는 것입니다.

다 비워 놓고, 쏟아 놓고 다시 시작 하는 것입니다.

사문을 나서 산 아래로 한 발짝 내 딛는 순간 물론 또 무엇인가를 담아야 하겠지요.

사는 것이 어디 하나 쉬운 것이 있으며 고민 되지 않는 것이 무에 있으며 고단 하지 않는 삶이 어디 있습니까

40평생 50생을살았어도 사는 것에 능숙하고 자신 만만한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세상은 갈 수록 더 어지러워지고, 자칫 방심하면 곳곳에 어떤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가 내 뒤통수 칠 지 모를 항시 전시같은 숨가쁜 세상에 사는 우리 들입니다.

이런 속에서 우리 어머니들은 더욱 더 할 일이 많지 않습니까

이 험하고 긴장된 세상속에 내 몰린 내 가족을 보듬어 안아 주고 지켜 줄 사람은 우리 어머니들이 아니겠습니까

세상을 바로 세우는 것은 결국 우리 어머니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심신이 건강하고 사고가 바로 설 때, 내 아이 내 남편을 바르게 지킬 수 있을 것이며 바르게 조언 해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여기 우리 어머니들의 눈물겨운 노력의 한 모습을 소개하고자 이 글을 쓰게 된 것입니다.

물론 이와 같은 노력은 불교뿐 아니라 어느 다양한 종교안에서도 대한민국 특유의 모성으로 이루어 내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어머니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절대로 세상은 거꾸로 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어머니들의 저력이야말로 어떤 난관도 웃으며 헤쳐 나갈 수있는 강력한 에너지가 될 것입니다.

우리 그렇게 강력한 파워를 가진 어머니요, 아줌마이니 화이팅 한번 외쳐도 좋을 듯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어떤 어머니의 화두 같은 말 한 마디를 소개하겠습니다.

지금 입시 막바지라 수험생 어머니들은 많이 초조 하실 겁니다.

그런데 그 어떤 어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명문대학 가게 해 달라 기도 하지 말고 인생이 명문대학 간 것 처럼 살게 해 달라 기도 하자구요.

멋지지 않습니까?

수험생 어머니들께 힘내라 는 뜻으로  이렇게 맺음말 하고 물러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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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 없는 졸필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쓰고 보니 올려야 할지 망설여 집니다.

하지만 그냥 옆집 아줌마와 수다 한 번 떨었다 생각 할랍니다.

앞으로도 이바구 하고 싶음 찾아 오겠습니다.

받아 주신다면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