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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


BY bookworm 2003-10-05

내 기억속의 우리 어머니는 참으로 엄한 분이 셨다.

 

보통의 사람들은 결혼하고 부모님을 떠나 살면서 힘들때면 "엄마!"하면서 엄마를 찾곤 하지만 우리 자매들은 아무도 그러지 않는다.

한 마디로 비빌 언덕이 없으니 스스로 강해 질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어머니는 학교 공부도 중요하지만 살아가는법을 배우는 것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중요 하다시면서 어릴적부터 가사일을 분담하게 하셨다.

 

설겆이와 방청소는 당번을 정하여 돌아가면서 하게 하셨고 양말이나 속옷등은 각자가 빨아입게 하셨으며 김장철이면 모든준비를 마친다음 우리 딸들을 모두 불러 김치를 버무리게 하시고 명절이면 모두가 음식 만드는 것, 손님 대접하는일에 동참하게 하셨다.

 

명절이면 끝이 없는 손님치루기에 짜증이 난 나는 그럴때마다 불만을 표시 하였고 어머니는 그런나에게 "나중에 먼곳에 가서 혼자살면 손님치룰일이 없을거다"라고 하셨는데 그말이 씨가 되었는지 난 지금 명절이 되도 일가친척 대접할일없는 먼 타국에 살고 있다.

 

어쩌다가 어머니가 외출에서 돌아와 집안이 단정하지않으면 우리들은 모두 혼이났고 그래서 어머니가 외출하신 날이면 우리들은 무슨일로 또 혼이 나지 않을까? 무엇이 지저분한지 온 집안을 검사 하곤 하였다.

 

엄하기만 하신 부모님밑에서 숨조차 제대로 쉴수 없을것 같았던 나는 부모님곁을 떠나고자 서둘러 이민 길을 떠났고 이곳에 자리 잡은지 어언 22년.....이제 세 아이를 둔 중년의 나이가 되어 내 아이들의 양육을 마주 하고서야 나는 우리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었다.

 

물론 나는 나의 어머니 처럼 집안 생활의 모든것을 일일이 시키지는 못한다.

서투르게 처리하는게 맘에 들지 않아 내가 해버리곤 하는데 고쳐야할 나의 나쁜버릇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 나에게서 나의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나 스스로 놀랄때가 있다.

 

부모로서 자식에게 무엇을 가르친다는것은 곧 자기와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어머니가 서투른 우리들에게 김치까지 버무리게 하신것 역시 당신과의 힘든 싸움이었으리라.

 

나는 요즘 고2딸에게 운전을 가르치고 있는중이다.

서투른 아이에게 운전대를 맏겨놓고 있자니 내 손과 발이 저절로 오르내리고 내 가슴은 조마조마 콩당콩당 뛰지만 나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아이가 포기 하지 않고 잘 할수 있을때까지 참고 기다려 주어야 할것이다.

 

서슬 퍼렇던 나의 어머니도 이젠 칠순의 노파가 되어 많던 자식들 다 떠나버린 텅빈 집에서 남편만 바라보며 사신다.

 

얼마전엔 텃밭에 채소등을 가꾸셔서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시는 새로운 취미 생활이 아주 재미 있노라고 말씀 하셨다.

 

오늘 저녁엔 어머니께 전화라도 한통 드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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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드립니다.

 

읽는것만 잘하는데, 쓰는것은 소질이 없는 사람인데

오늘은 몇자 적어 보았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