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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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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노모의 쌈지돈 후무리기 (2)


BY 잔다르크 2002-06-01

양손에 들고 갔던 짐을 내려놓자마자
금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닭백숙을 내어 오신다.

도회지에서 학교다니다 방학이라고 집에 내려가면
객지에서 허물어지고 부실해진 몸,
보신시켜주신다고 만드셨던 그 음식이다.

닭의 내장을 다 들어낸 뒤
그 안에 찹쌀과 대추, 마늘을 넣고
실로 챙챙 동여매 고아서 그런지
구수한 닭맛이 오들오들한 찹쌀에 푹 배어있다.

"엄마, 나는 아무리 해도 이 맛이 안 난다카이!"
변하지 않은 어머니의 손맛에 감탄을 하며
오랫만에 저녁찬 걱정을 잊는다.

눈 수술하신 이야기, 조카들 키우는 고생, 내 고달픈 삶...
어머니방에 놓여있는 온열치료기 위에 누워
주거니 받거니 짧은 봄밤이 더욱 짧다.

"살다보만 빌 일을 다 겪는다, 니가 맘을 푸근히 무라!"
"엄마, 그 게 잘 안 됩니더,
무다이 집 나갔다가 황천길 갈 뻔 한 뒤론
길 나설라카만 나도 모르게 자꾸 전준다카이!"

"시어른은 잘 기시나? 니 사는데 댕기가?怨?"
"이래 따로 살고부턴
집에 누가 오는 것도 안 반갑고
시댁 식구들 안 본지 좀 됐어요."

"아이고, 너 안사돈도 불쌍타!
하나 미느리라고 있는 기 저 모양이니..."
"인간구실 몬 하고 사는 기 하루 이틀이 아니니께!"
편하게 자라고 이불을 깔아주시곤 거실로 나가신다.

요실금때문에
화장실을 수도없이 들락거리는
어머니의 급한 발걸음 소리만이 잠결에 들려온다.

살아가실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지만
그 때까지 지고가셔야할 어머니의 짐도
결코 가볍지 않구나!!



다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