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고 싶은 것이 참 많다.
백화점에서 난 아직도 영캐주얼 매장에서 서성거린다. 내 몸매는 어느새 불혹을 넘어서 힘을 주어도 뱃살이 꾸역꾸역 나오는데도, 난 아직 배꼽위로 올라오는 바지는 싫다.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야시시한 탑도 입고 싶고, 무릎위로 나풀거리는 주름치마도 입고 싶고... 그래서 백화점에 가면 난 절대로 거울을 보지 않는다. 거울속에 아줌마가 너무나 생소하다.
삼삼오오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는 젊은이들을 볼때마다, 부모님 눈총이 두려워 아홉시가 되면 집으로 달려 들어갔던 내 청춘이 후회스럽기도 하다. 때는 돈이 없어서 하며 집을 떠나 여행하던 것을 두려워 했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아마도 용기가 없었던거 같다. 요즘 그들은 돈도 없이 꾸역 꾸역 잘도 나가던데.
나는 배우고 싶은 것도 참 많다.
우리 집이 가난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항상 돈은 궁했다. 해서 수업시간에 참고서 한권 사오라는 날이면 그 말을 하기가 어머님께 얼마나 죄송했던지. 질좋은 공책에 랜드로바 신발이며 유명메이커의 옷들이 내겐 먼 이야기였던 시절, 학교 공부 외에 뭔가를 배운다는 것은 내게 불가능한 사치였다. 요즘 우리 자식들이 등떠밀려 가는 피아노에 그림에 외국어며 운동까지....
어린시절 5원짜리 공책을 반으로 접어 나누어 쓰면서 20원짜리 공책을 쓰는 친구가 부러웠고, 하얀색이 두개씩 들어있던 물감을 가지고 다니던 친구가 부러웠던 중학시절, 행여 과외비를 제때 내지 못할까 그것이 두려웠던 고등학생때, 그리고 몇만원하던 토플강좌가 열릴 여름이면 게시판만 열심히 뒤져보던 대학시절.
하지만 지금... 그래도 부족하지 않게 산다고 하는 지금. 왜 이리 허망한걸까.
이 나이에 뛰겠다고 운동을 하고 땀을 흘려도 , 맘에 드는 예쁜 옷을 사 입어도,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내 마음속은 항상 배고픔과 갈증이 남아있다.
아! 이젠 나의 일을 하고 싶은데. 나의 직장 동료들을 친구로 만나고 싶은데.
남편이, 자식들이 또 내 발목을 잡는다. 직장을 포기할때 어머님은 내게 그러셨다. 너 나중에 후회할라. 하지만 난 결단코 후횐 없을꺼라고 외쳤다. 그런데 벌써 후회다.
나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다시 학교에 가고, 다시 사람을 만나고,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난 주저없이 나를 위해 선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