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모처럼 산에 갔었다.
가을산을 기대하며 갔었는데, 아직 가을은 들어와 있지 않았고,
아직 가을산이라기 보다는 여름의 기운을 품고 있는 푸른잎들과
나무사이로 비쳐드는 햇볕이 따갑게 여겨지는 여름산이 그 곳에 있었다.
간간히 빨갛게 변한 잎을 끝으로 달고 웃고 있는 나무도 구경하면서,
싱그러운 공기와 천천히 인사도 나누고 대화도 했다.
숲길은 아름다웠다. 산은 언제나 가도 좋다.
사르르륵~ 나무들의 속삭임은 시원한 바람을 실어다 주어 이마의 땀을
식혀주고, 힘들게 오르지만 기분좋은 피로를 가져다 준다.
게으름 탓인지 자주 가지 못하지만, 산은 늘 변함없이 날 품어준다.
나의 좁은 마음을 넓게 해주고, 답답한 요즘 심경을 달래준다.
서울대 교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땀을 닦으며, 크게 심호흡을
해본다. 저곳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 보냈던 많은 시간들이 기억나
잠시 생각이 옛시간으로 돌아간다.
아이의 행복이 좋은 대학이 아니라는걸 이론으로는 너무 잘 알면서도
나를 포함한 -같이 동행한 가까운 벗도 마찬가지- 많은 엄마들은 마음을
졸이고, 새벽잠을 설치고, 아이들을 닥달하고........
새삼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의 허영과 어리석음에, 미안한 마음을
가져본다. 그래도 이산에 오를 때마다, 눈이래 내려다 보이는 많은
학교 건물을 볼때마다, 전쟁이라고 표현하는 입시를 떠 올리게 된다.
나는 입으로만 걱정 했지만 피를 말리는 시간들을 보낸 아이들에게는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젠 한발짝 물러나 이렇게 여유롭게 생각하게
아이들은 컸고, 난 나이를 먹었다.
건강을 생각해서 부지런히 산에 올라야 한다고 아이들이 내걱정을 한다
그래, 건강에 신경써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물론 젊어서도 건강해야
하지만 지금난, 중년의 무기력함과, 열심히 살아온 날들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면 않되는 중요한 시기이다.
젊지도 그렇다고 늙지도 않은 어중간한 나이......
그래도 산은,
늘 날위해 기도해 주는 하나밖에 없는 언니를 닮았다.
똑같은 모습이 그렇고, 만나면 편하게 느껴지는것도 같다.
나도 그렇게 편안한 어른이 되어야 할텐데......
곧 붉게 물들겠지...... 또잎은 다 떨어져서 삭정이만 남아 추위에
떨겠지........산을 돌아돌아 내려오면서,
가까운 벗과, 그늘에 앉아 차를 마시며 얘길 나눈다. 오랫만의 산행에
기쁨이 배가 된다. 자주 만들어야지. 이런시간들을......
아! 산, 너무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