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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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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유혹


BY 선물 2003-09-30

하늘이 시리도록 푸릅니다.
그 덕분에 구름까지 눈부신 솜털이 됩니다.

가을이 나를 이렇게 들뜨게 하네요.
조금씩 불어 오는 바람이 제 뺨을 살짝 스칩니다.
스친 듯 스치지 않은 듯...시침을 떼지만...
그러나 저는 압니다.
그 묘한 감촉을 한껏 즐깁니다.

생각이 없는 제 머리카락은 앞으로 가을 바람에
그 삶을 맡기고 그렇게 흩날릴거예요.

제 삶도 그렇게 내 맡기고 싶어집니다.

음악이 흘러 옵니다.
신이 납니다.
제 몸은 움직입니다.
머리로 생각하면 몸은 석고처럼 꼼짝 않겠지만
머리를 비우면 몸은 음악에 맞춰 리듬에 따라
흔들 흔들 잘도 흔들립니다.

그렇게 아무도 의식하지 않을 수 있는 곳에서
나만의 시간에 내 몸을 내어 주니
한참은 기분좋은 춤을 추게 되네요.

길가의 코스모스들이 바람에 몸을 맡기고
가볍게 가볍게 춤추듯이...

한번 쯤은 모른 척 절 내버려 두렵니다.
저 흐르는 시간 위에 저를 살짝 얹어 놓기만 하렵니다.

원하는 대로... 내키는 대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그러다 다시 머리는 생각을 할 것이고
명령을 할 것입니다.

그 때 다시 제 자리로 오면 되겠지요.
조금은 아쉽더라도
조금은 아프더라도
잘 찾아올 자신이 있습니다.
그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청해 봅니다.

바람이 불어 옵니다.
조금씩 차가워집니다.
항상 불빛을 사랑하는 저,
따뜻함에 목 메이는 저,

춥지도 않은데...
어둡지도 않은데...

가을은 계속 어리석은 저를 그렇게 유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