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란게 별게 아닌 것 같으면서 은근슬쩍 감성을 건드리고, 저 차가운 기온속에 어떤 성분이 숨어 있길래 이다지도 가슴앓이를 시키는 것인가?
사무실은 3층이다.
창은 무릎부터 시작되니 제법 큰 창이다.
출근하자 마자 창을 열어 그 신선한 뒷편 솔밭의 밤새 모아진 상쾌한 공기와 쾌쾌한 물질문명의 사무실 공기를 갈이하는데....
[깍깍깍깍]
아~!
청명한 까치소리.....
얼마만에 듣는 소리인가?
어릴때 마당 한옆의 감나무에 자주 까치가 오곤 했는데 엄마는 그때마다
[반가운 소식이 올라나 ~]
하시면 까치가 떠난 한참 후에도 감나무 가지를 우르러 보곤 하시던 기억이 난다.
까치가 울어도 반가운 소식이 온 기억은 별루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차가운 아침에 까치소리를 들으니 웬지 기분이 업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무런 반가운 소식이나 손님이 올 리는 전혀 없는데도....
나도 몰래 흥얼흥얼 나오는 콧 노래에 청소하는 몸놀림이 움쭐거리기까지 하는 걸
그때 또다른 소리
[까 ~ 악 까~ 악 ]
엥~?
이건 까마귀 소리
창밖을 살피니 다른 소나무 가지위에 크기도 한 까마귀가 계속계속 울고 있다.
기분이 사정없이 다운되고....
왜 이렇게 변덕스러운 것인가?
금방 웃다가 금방 울것 같은 꼴이라니
이것저것 걱정되는 일들이 떠오르기 시작하고
작은 녀석 현장학습 간다던데....
아빠 장거리 출장 간다고 했는데.....
봇물 터지듯 이어지는 씨잘데기 없는 걱정들.....
에구
[아까 그 까치소리에 기대를 걸자 고녀석이 먼저 오지 않았는가]
위안하며
혹!
친구들에게서 전화라도 오지 않을까?
어릴적 남자친구였으면 더 좋겠다.
이제야 남자친구를 사귈라니 겁도 나고
어릴때 함께 뒹굴고 놀던 그들이 아무래도 미더울 것이다.
이 가을 나의 빈 옆자리를 채워줄 애인이 아니, 얘기친구가 생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