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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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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부산물


BY 소심 2003-08-10

   시집이라고 와서 줄 곳 한 도시에서  살아 가다 보니까 

 세월따라 함께변하여 가는 것들도 눈에 익히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이 많다.

 강산이 두번하고도  몇년이 훌쩍 가버렸으니 말이다.

 나의 생활의 절반을 차지 하고 있는 성당의 생활에서도  이십년 넘게 날마다

 대하여 왔던 형제 자매들이기에

 세월따라  함께 변하여 가는 것들이 더욱 눈에 보이고 느껴져서

늙어가는 현실이  실감이 날 때가 자주 많이 있다.

 성당의 모임이나 단체에서 만나는 또래들이나  비슷한 연배들이 어쩔 수 없이

 변하여 가는 외향의 모습에 서로 바라보며 너털웃음을 웃기도 하고

 때론 서글프 하기도 하면서  때론 동질감에

 서로 위로를 주고 받을 때도 있다.

 그중에서 속일 수 없는 연배들의 외향의 변모는 하나둘씩 늘어 가는 흰머리의

 출현이다.

 어느날  자신도 모르게 돌출된 흰머리의 출현으로 바라보던 거울앞에서

 심란해하고 우울해 했던 적도 많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당연히 받이 들이고

 휜머리의 출현도 삶의 결과라고 인정해 버림으로 해서

  평정을 찾으면서 가는 세월을 받아 들인다.

 

"형님도 염색 했네!"

"앞이 하얗다 . 하예'

 

흰머리와 함께 서서히 변모해 가는 외향의 모습은  생생 하던 눈들이

하나 둘 씩 또 다른 눈들을 달고 나타나서

제대앞에서 독서를 할 때에도 눈위에 살짝 돋보기를 걸치기 하고

모임의 회의록을 낭독을 할 때나

성서모임에서 열심히 성서낭독을 할 때에도

자신의 무기를 가방속에서 끄집어 낸다는 사실이다.

 

"에헤 ! 형님도 눈 달았어"

"가물가물해서 보여야지?"

"세월은 못 속인다 못속여 그지"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지으며 어찌 할 수 없는

세월의 부산물이  달고 오는 결과들을 받아 들인다.

세월이 준 부산물은 또 다른 보이지 않는 결과도 함께 가져온다.

가물거리는 시력만큼이나

신경도 둔해 지고 무디어져서  살아 감에 있어서 푸근해지기도 하고

느긋해지기도 해서  동당거리는 삶의 방식에서

탈피할 수 있어지기도 하고

가정에서나 밖에서나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도 두터워지고 둔탁해져서

젊음때문에 나의 잣대로 바라보던  시각들이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세세한 미묘한 감정들에 

덜 젖어 들므로 해서  세월의 무게 만큼 

살아 가는 기술도 터득하게 된 다는 것이다.

 

 "툭하면 잊어 버린다 야!" 친한 형님의 넋두리다.

 "아하 ! 형님 난  애 도시락에  행주 넣어주는 수준이라오."

 "ㅎㅎㅎㅎ 동질이야! 동질!"

 이렇게 세월따라 변하여 가는 모습들이다.

 외형의 모습따라 삶의 기술도 단련되고 고단수가 되어

 살아 가는 모습도 완만의 곡선을 그리게 된다.

 아웅다웅 거리면서 살아가는 젊은 부부들의 모습을 보면서 

 멀다고 느껴졌던 그날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서 

 삶의 계산서를 드밀고 나타날 텐데  '잘 살아 주지'하는

우려가 생길 때도 있다.

 

이제 남겨진 세월만이라도   알차게 의미있게 보내야 겠지?

덧없는 세월앞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부산물들 앞에서

나는 자꾸만 자신을 채찍질해 본다.

멋있게 늙어 가야지......

황홀한 중년을 보내야지......

세월의 부산물 앞에서 나는 나를 또다시 돌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