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이 가고 있습니다.
바지랑대 꼭대기에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자꾸만 작아지는 가을날을
아쉬워 하는 듯 얇은 날개를 이따금씩 파르르 떨면서 따사한 햇살속에
숨어들은 소슬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습니다.
어쩌면 깊게 생각할 수 없는 잠자리의 단순함이 부러운 시기인 것 같습니다.
무청처럼 싱싱하던 젊은날이 유수같은 세월과 함께 어디론가 떠내려가 버린
지금
동굴처럼이나 크게 뻥 뚫린 가슴으로 찬 바람이 슬글슬금 기어듭니다.
우리 아줌마들도 어쩌면 저 고추잠자리처럼 기꺼이 속내를 내보이지 않으려고
태연을 가장하면서도
내밀한 가슴속에 꽁 꽁 뭉쳐둔 젊은날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과 허전함과 회한과 서러움으로 엉겨붙은
감정들이 지금 바로 이시기에 용솟음치면서 너울 너울 가슴밖의 세상을 기웃거리고 있을겁니다.
흔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한다지만 아닙니다.
가을은 어쩌면 여자의 계절 그것도 아줌마의 계절인 것 같습니다.
여름내 잊고 지냈던 까마득한 옛일들이
막혀있던 기억력의 길목을 타고 뚫린 가슴으로 허물어진 마음으로
꾸역 꾸역 모여들고 있습니다.
코스모스의 군락을 보고도 눈물샘이 쿨렁쿨렁
자맥질을 거듭하고
갈대들의 휘날림을 보고도 쓰러질 것 같은 여린 감성이
온몸을 휘감아 몸살을 앓게 만드는 계절 이 가을
그렇기에 그러하기에 우리 아줌마들의 골깊은 마음속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줌마의 심정으로 잠깐이나마 아줌마들의 그 시린 감성에
온풍기를 틀어보려고 넓지도 않고 반 듯하지도 않는 마당에
멍석을 깔면서 가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줌마들을 초대하기 위하여 요즘 연일 가을 바람 그것도 밤바람이 났었습니다.
대전에서 그래도 괜찮다는 시청 20층에 자리잡은 "시사랑" 레스토랑에 가서
실내장식도 훑어보고 미각도 따져보고
그리고 이곳 저곳을 귀찮아하는 딸아이를 대동하고 젊은 감각으로
"네가 한번 봐줘라" 주머니에 두둑한 수행비를 밀어 넣어주면서
어떤지 봐달라구 애원조로 매달렸었지요.
그리고 어제는 우리 동방님을 대동하고 옥천 "뿌리깊은 나무"라는 음식점엘 가서
그곳의 운치와 음식맛을 또 점검해봤지요.
살림하느라 찌든 심신을 어떡하면 좀 하루만이라도 풀어서 보낼까
이궁리 저궁리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자문을 얻기도하고
그렇게 혼자만의 고독한 행진을 거듭하고 있답니다.
옥천 "뿌리깊은 나무"는 경관이 빼어나고 너른 호숫가를 배경으로 그야말로
우리 아줌마들이 기억에 남을 장소이긴 한데
멀리서 오느라 지치고 민생고에 시달릴걸 생각하면 선 듯 그곳으로 정하기도 어렵고
이래 저래 고민이 많답니다.
먼저번에 얘기했던 석갈비집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유력한 장소이긴 한데
그곳은 길 게 얘기할 장소가 못되어서 식사후의 행보에 신경을 쓰고 있구요.
많은 분들과 함께하지 못함을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그렇기에 쉽사리 광고성 글을 올리기도 망설여지는 요즘입니다.
아름다운 만남을 토대로 유기적인 모임을 통해
많은분들이 함께하는 뜻있는 시간들을 만들어가길 소망합니다.
20대는 화장
30대는 분장
40대는 변장
50대는 무진장
60대는 환장
70는 젠장
뭔소린고?
화장에 대한 유머지요.
부디 변장아닌 화장한 얼굴로 오시고 ㅎㅎ
허둥지둥 오지마시고 시간 엄수 하시고 추후 필요한 내용은 다시 공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