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지난 20여년동안, 당신은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가끔씩 궁금하더이다.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당신이 생각나면 지금은 어디서 무얼할까? 잘 살고 있을까?
아이는 몇이나 두고 있을까? 그때 그 소녀와 결혼하여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고 있을까?...
어느덪 여름은 절정에 달해가고 시장에는 때 이른 아오리 사과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봄이면 하얀 능금꽃을 피우기 위하여 당신은 바쁜하루하루를 보냈고,뜨거운 태양이 푸른 능금알들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하면 수학의 기쁨에 하루하루가 즐겁다던 당신,나는 참 우습게도 그때까지도 능금꽃이 무슨 색인지도 몰랐던, 아니 실지로 능금꽃을 본 적이 없기에,
첫 편지에 그렇게 물었었죠. 사과꽃이 무슨 색깔이냐고. 어이없어했을 당신의 모습이,눈
앞에서 보는듯 했었습니다 빠알갛게 잘 익은 능금을 파란하늘배경으로 찍어보낸 사진을 보면서 봄부터 여름내내 흘렸을 당신의 땀 내음을 맡는듯 했습니다.
어제 마켓에서 아오리 능금를 보는 순간 아!능금, 무엇에 감전되듯 온 몸으로 되살아 오는
기억,당신.
그 사람,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능금꽃을 피우는 것도 지겹다고 도시로 떠난 당신.
지금 그 도시에서 터 잡고 잘 살고 있는지,아님 다시 능금을 맻히게 하기 위하여 상수리숲
이 있는 그 곳으로 돌아갔는지.
당신의 모든것이 궁금하여 가끔 엽서라도 보내볼까...하다가도 어느곳에 계실지모르는 당신의 부재가 나를 아릿한 슬픔에 젖게 합니다.
"구월의 소녀는 사과속에 있다."
이제 이 뜨거운 8월이 가고 나면 당신이 좋아하던 9월이 오겠지요. 지금도 그때처럼 9월이 오면 가슴이 설레나요?
나도 여전히 9월이 오면 가슴이 설렙니다.한결 드높아진 푸른 하늘아래 땀 흘리던 당신의
모습이 보이는듯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