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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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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아침


BY 메텔 2000-06-16

하늘 빛이 흐리다
비가 오려나...
난 비오는 날이 좋다
소록소록내리는 가랑비가 아니라 마치 드럼을치듯 아스팔트위를 세차게 두드리며 튕겨 올라오는 시원한 소낙비가 정말 좋다
구석구석의 잡다한 더러움들을 말끔히 쓸어내 버리는 그 통쾌함이 좋다
한 바탕 온 대지를 흔들어 놓고 크게 손흔들며 바이바이하고 떠나고 나면 한층 더 짙어진 나뭇잎들..
그 위에 방울방울 달린 빗물이 또르르 굴러떨어지면 한 숨 돌리며 쉬고 있던 작은 꽃잎들이 깜짝놀라 고개를 든다
깊은 숨을 들이키면, 맨발로 걷고 싶게 만드는 보드라운 흙내음..
이제 곧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좀 일찍 찾아오는것 같다
장마가 시작되면 왠종일 비구경을 할 수 있겠지?!
하지만 피해는 없어야 할 텐데..
해마다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하는걸 볼때면 생각없이 좋아만 하는 내 철없음이 부끄러워진다
오전내 청소와 빨래를 하고 시원하게 샤워도 하고 깨끗해진 집안을 돌아보며 뿌듯해진 마음으로 컴앞에 앉았다
향긋한 커피와 함께..
마음은.. 사실 마음이 마냥 편하지 만은 않다
며칠째 계속되는 짜증스러움이 나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지만 딱히 뭐라 꼬집어 이거다 라고 말할 원인도 없고, 그냥.. 아마 내가 너무 나태해져가고 있나보다
그래서 더 열심히 청소를 했다
역시 기분이 좀 나아지긴 한다
다른 사람들 기분은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나혼자 기분내며 앉아있는게 좀 미안하지만.

결혼한지 2년 8개월
아직 소식이 없는 아기를 기다리며 생각이 많아진다
마음이 넓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내가 알고 있는 세상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하나하나 아이에게 말해 주고 싶은데,그러려면 나 스스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야 할텐데, 마음만 조급해하며 살아왔지 싶다
내 마음 속의 폭풍, 내 가슴속에 내리는 장마가 고요해질 수 있도록 조금씩 다듬어 나가야지!
방금 뽑아낸 대파와 상추를 다듬듯이 시들고 더러운 곳은 벗겨내고 싱싱하고 깨끗한 모습으로 날마다 단장하며 남편에게 그리고 어느날쯤에 찾아올 내 아이들에게 밝고 건강한 아내와 엄마로 자리매김 해야지!
아~ 그러려면 정말 부지런해져야 겠다
그리고 열심히 살아야지
내가족과 나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돌아가던 세탁기의 소리도 어느샌가 조용해지고,밖에선 바쁘게 일하는 낮선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숨쉬고,바라보고,느낄수 있는 곳
하늘은 갖가지 모습으로 새롭게 바뀌고,
날마다 나무들은 한 뼘씩 키를 더해가며, 그 속에 둥지를 튼 작은 새들의 지저귐이 있는곳
그 가운데 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