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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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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BY baada 2003-07-05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지금 내자리는 도무지 내 자리가 아닌데

어쩌다 여기까지 달려와서 이제사 내 모습 챙겨보며 아닌데 아닌데 하며 어쩔줄몰라하는 자신을 본다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다 욕심을 내어 본적은 더더구나 없었다

그냥 주어진 길따라 한발한발 밟아가는 것이거니 생각했다 그래서 생을 두려워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사십의 고개에서 나는 주저앉았다 내가 믿고 따라가던  그 길이 어느 아침 눈떠보니 낭떠러지였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길앞에 나는 서 있었다 방향전환을 해야 했다 누구를 잡고 물어보고 싶은데 아무도 없다 내가 왜 거기서 방황해야 하는지 이제 부터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모든 걸 혼자 결정해야 한다는 걸 아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 옆에는 내가 책임져야 할 하느님처럼 나를 믿고 함께 따라온 아이들이 있었다 그 아이들의 보채임만 들려올뿐 아무것도 없었다

늘 결정하는 일에 나는 서툴다 심지어 마트에서 물건을 고를때도 옷을 고를때도 늘 나는 어눌했고 그래서 새로운 곳에는 새로운 물건에는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 내가 무엇을 감히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인생은 망망대해와 같아서 언제 좌초할지 모른다고 단 한마디만이라도 내게 해주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타이타닉을 일순간에 침몰시킨 빙산의 날름거리는 푸른 혓바닥이 바다 곳곳에서 너를 벼르고 있다는 걸 누구 한 사람 내게 넌지시 얘기라도 해주었더라면 그런것들은 영화에서 혹은 이야기책속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꿈처럼 이러다 나는 깨어나겠지 어느 장마비 쏟아지는 여름 한낮 꿈처럼 눈비비고 일어나 엄마를 찾던 그때처럼 모든 것은 꿈이겠지 그러나 아무리 몸부림쳐도 나는 이 막막한 꿈속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더 이상 꿈이 아닌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리고 나를 하느님처럼 여기는 아이들에게 진짜 하느님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걸 절감했다 나는 하느님이다 하느님이다 아이들의 하느님이다

지금 나는 여기 있다 이 자리가 역사학적으로 인류학적으로 종교학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른다 일개미가 죽어라 먹이를 나르듯 나는 어느 누군가의 발밑에 아무 의미없이 밟혀서

형체도 없이 사라져 갈지 모른다 그러나 개미는 다시 줄을 잇기 시작한다 개미들의 그 끝없는 행렬이 사라지지 않듯이 나는 지금 여기 있다 여기 이 자리서 꿈틀거리고 있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춤사위를 다 토해내며 나는 지금 여기 있다

어쩌다 여기 까지 왔을까 아직도 선잠에서 소스라치게 일어나 수도없이 되묻는 나의 질문은 언제 그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