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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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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라디오 같은 사람 --------


BY 카이 2003-09-25

모든 작품이 마찬가지다. 그림과 조각이 우리를 기다린다면 소나타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뿐인가. 책, 연극 그리고 시 등 모든 창조적인 작품이 우리를 기다린다. 우리가 할 일은 단지 그것들을 적어 가는 것 뿐이다.

어떤 사람은 창조적인 영감의 흐름을 항상 방송되고 있는 온갖 종류의 라디오 전파에 비유하기도 한다. 우리는 일정한 과정을 거쳐 원하는 주파수를 찾아내는 방법을 배운다. 그리곤 그 주파수에 맞추는 것이다. 그것은 부모가 여러 아이들의 목소리 중 자기 아이의 목소리를 가려내 들을 수 있는 것과 같다.

<아주 특별한 즐거움>에서 어제 만난 글귀이다. 주파수라..... 한 달 전쯤에 나도 주파수에 관해서 쓴 적이 있다.

<남편과 공원에서 산책을 하는데 건빵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컴퓨터의 해상도를 조정했는데 모니터 화면이 갑자기 꺼지고는 다시 켜지지 않는다며 엉엉 소리내어 울더군요.

집으로 돌아와 아이의 설명을 들어보니 해상도를 조정한 것이 아니라 컴퓨터 본체의 주파수를 모니터의 주파수와는 다르게 바꾼 것이더군요. 본체가 모니터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주파수로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모니터에 화면이 전혀 뜨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본체를 떼어내서 남편의 회사로 가져간 다음 회사의 모니터에 연결했더니 다행히도 화면이 뜨더군요. 우리 모니터의 주파수인 70 헤르츠로 본체의 주파수를 바꿔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남편은 사장인 아주버님과 단둘이 10년 넘게 함께 일을 해오는 동안 서로 간의 감정이 좋았던 때보다는 안 좋을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주파수가 안맞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네요. 기계의 주파수를 맞추는 데에는 지식이 필요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주파수를 맞추는 데에는 지혜가 필요하겠지요? 저의 지혜는 지금쯤 어디에서 깊이 잠들어있는지--->

두 사람이 말한 주파수는 비슷한 데가 있다. 다만 작가인 줄리아 카메론의 주파수는 "창조적 영감의 흐름과 내재되어 있는 잠재력" 사이의 연결 통로이지만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통로를 생각했었다.

어쨌거나 나와 비슷한 생각을 만나서 반가웠다. 어쩌면 나는 작가와 주파수가 맞았기 때문에 삼년 전에 사두고 읽지 않았던 책을 이제야  이렇게 새겨가며 읽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일정한 과정>을 거쳐 원하는 주파수를 찾아내는 법을 배운다."는 그녀의 말처럼  그녀는 내게 주파수 맞추는 법을 책 한 권에 걸쳐 가르쳐주고 있는데 실천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3쪽을 가득 채우라 한 <모닝 페이지>를 아무래도 한 쪽 밖에 쓸 수 없다.

문득 내가 고장 난 라디오처럼 느껴진다.

수억 개의 방송국에서 쏘아보내는 전파를 하나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고장 난 라디오.  <아주 특별한 즐거움>을 통해 자발적으로 애프터 서비스를  받는데 고장난 지 너무 오래되어 수리가 가능할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