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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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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하는 여자(손님들...)


BY 개망초꽃 2003-06-20

장사라는 건 처음 시도해 보았다.

처녀때 직장 다니다가 결혼해서 팅가팅가 집에서 놀다가
취미로 한복에 그림을 그리는 일을 잠시 했다가
장사를 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여자를 상대로 하는 장사라서  여자들이 겁난다.

꼭 그런건 아니지만

장사를 하려면 여자는 남자를 상대로 하는 장사가 났고

남자는 여자를 상대로 하는 장사가 나을듯싶다.

흔히 말하는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내 겉모습만 보고 괜히 틱틱거리면
붙임성 없는 성격탓에  겁이나서 나도 모르게 말문을 닫아버리게 된다.

그래도 아이들을 위해 어려운 일을 시작하기로 결정을 하기까지
가당찮은 망설임과 해봤자 소용없는 고민을 했다.

매장 문을 열어 놓고 손님들이 오면 가슴이 덜걱덜걱거리고
손가락이 발발 떨려서 잔돈도 맞지않게 주고,발바닥에서 땀이나서 밤이면 발가락 사이사이가 간지러웠다.

손님들의 성격은 다 다르다.
얼굴 생김새가 다르듯 성격들도 천가지 만가지다.
너무 친절해도 부담스러워하는 손님.
그냥 내가 싫은지 외면하는 손님.
뭐때문에 화가 났는지 볼이 팅팅부어서 인사를 해도 처다보지도 않는 손님.
아무것도 아닌거 가지고 트집을 잡는 손님.

달다 쓰다 맵다 싱겁다
짜다 (재래간장, 된장은 짜거든요)
질기다 (토종닭은 쫄깃거리거든요)
비싸다(농약 안치고 농사지었다고 먈해도,우리밀은 수입밀 가격의 3배라고 설명을 해도..)
못생겼다(농약 안치면 예쁘지 않거든요)

한마디로 돈 벌어먹기 힘들다.
여자 팔자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림만 하는 것이 팔자중에 상팔자다.

손님과 한번 싸운적이 있었다.
항상 부어터진 얼굴로 매장에만 오면 불평 불만인 손님이였다.
어디는 싼데, 어디는 싱싱한데, 어디는 깍아주는데 하면서...
인사를 해도 인사도 안받고 휙 나가버리기가 다반사였다.
그래서 나도 성질나서 내가 손님한테 죄지은 거 있냐면서 대들고 싸웠다.

같은 주장이라도 상황에 따라 정당해질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그리고선 그 다음부터 손님하고 싸운내가 잘못이라고 깊이있게 반성하고
인상 독특하고, 성격 지랄같은 손님이 와도 그냥 그런거려니 했다.
화장실 가서 울고 싶고, 장사 걷어 치우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기도 했다.
아이들 생각을 하면서 화가 나도 삭혔고,

플라타너스 밑둥에 핀 잡풀꽃을 보면서 헤헤 웃었다.
같이 동업하는 친구에게 퍼지르게 흉을 보고서  다음날  매장의 문을 힘차게 열었다.

지금은 많이 익숙해져서 웃으면서 손님을 맞는다.
택도 아닌 말을 해도 "네 그러셔요" 하면서 뭐 담넘어가듯 넘긴다.

외상값을 받을려고 하면 난 그런적 없다고 소리를 질러도 "네 그럼 됐습니다" 했다.

속으론 ''''''''돌대가리 같은 것.새 대가리하고 닮았군''''''''하면서 없던 돈으로 지워버렸다.

오늘은 차익금이(삼천원짜리 물건을 사천원짜리로 바꿈)
천원이라서 천원을 받았는데 이천원을 받았다고 우기시던 손님이 있었다.
옆에 직원이 그럴 안봤다면 내가 또 뒤집어 써야할 사건이였는데
다행이 옆에 직원이 같이 보았기 때문에 무사히 넘겼다.
이 손님이 다음에 오셔서도 이천원을 줬다고 하시면 그냥 천원을 돌려 드릴생각이다.
손님하고 실경이 해 봤자 내가 이길 수 없다.
사실 정당해도 손님이 아니라고 하면 "네,죄송합니다"하고선 손님이 원하는대로 해 드려야 된다.

며칠전엔 정말 큰 사건이 있어서 이틀동안 우울증에 빠져 있었다.
물건이 맘에 안들어(좀 싱싱하지 않았음)
환불해 달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라고 두번이나 사과하고 그대로 환불해 드렸다.
그랬는데도 동네 소문을 내서 장사 못하게 한다고 난리를 치더니
동네 여자들을 네명이나 데리고 나타난 사건까지 있었다.

장사하는 사람들 똥은 개도 안먹는다는 옛말이 있다.
왜 그런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속이 썪었다는 걸거다.''''라고 혼자서 결론을 내려본다.

그러나 난 다시 매장에 이쁜 청 원피스 입고, 화장 화사하게 하고 나타났다.
꽃들에게 물을 주었고
물건 정리를 깨끗이하고
손님에게 경쾌하게 인사를 했다.

성질 더러운 것들아 와라. 팔아만 주면 난 좋다.
까다로운 것들아 오거라. 뭐든 많이만 사면 엉덩이까지 토닥여 주마.
이유없이 나를 싫어하는 것들아 내게 오거라. 돈만 제대로 내면 이 늙은 얼굴로 웃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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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내 생각인데...
손님에게 너무 비유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너무 친절하지도 너무 불친절하지도 않게 하면 되는거 아닌가요?

근데 옆에 있는 친구는 무족건 친절해야한다고 말하는 거 있지요...
"죄송합니다" 라고 말할때도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한다나요.
"야~~~속으론 욱하고 치밀어도 그냥 참는거지.우러나오긴 뭐가 우러나와.내가 사골인 줄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