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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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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메이트 이야기


BY 미국 아줌마-alice 2003-09-23

보고싶은 누이와 영아에게

 

그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처음 발을 내디딘 텍사스에서 너의 아파트 문을 활짝 열어 반겨주었는데..

 

그때 우리는 참 많이 외로워하고 힘들어 했는데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나 10년 이란 세월이 다 되어가고 있구나.

 

누이는 베트남에서 온 참한 학생이었지. 커다란 눈에 이국적인 모습. 그리고 대학원 준비에 열심이었고. 영이는 어떻게 지낼까. 간호사였던 영이는 자격증을 따려고 미국까지 건너 온 용감한 서울 아가씨였고.

 

1주일에 한 번 함께하는 식사 시간에는 진풍경이 벌어지곤 했지. 미국 음식, 한국 음식 그리고 베트남 음식을 번갈아 먹으며 재미있어하고.. 정말 다 나이가 꽉차서 누군가 그리울 나이였는데 용케들 잘 버티고 공부를 했지. 그러다 비가 추적거리고 내리는 날에는 San Francisco Bay라는 곡과 After the Rain이란 곡을 커다랗게 틀어놓고 하루를 우울하게 보내기도 하고.

 

누이에게는 정말 고마웠는데. 내가 대학원을 동부로 오는 통에 연락이 모두 끊겨 버리고 말았지. 누이야 같은 동족이 아닌 너에게서 언니와 같은 살가움을 난 느끼고 네게 많이 재롱을 피우고 싶어했지. 넌 그런 날 커다란 웃음으로 안아주고..

 

영아 어떻게 지내니..

난 아직도 네 생각을 하면 가슴이 저려와. 고등학교때 아버지 돌아가시고 정말 씩씩하게 공부해 간호사가 되었고 미국까지 왔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흘리는 너의 눈믈을 잊을 수가 없단다. 난 너의 씩씩한 모습이 보기좋았는데. 네가 털고 일어나는 모습에서 더 눈믈을 삼켜야 했단다. 네가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가끔씩 손가락이 근질거릴 정도로 응급실로 돌아가고 싶어 했쟎니. 열심이 사는 너의 모습이 눈부셨어..공부하랴 일하러 다니랴...

 

난 그렇게 1년을 보내고 이 곳 동부로 와서 호된 추위돠 외로움 속에서 겨울을 보냈지. 다가오는 시험과 숙제에 정신이 없어 내겐 누구도 보이지 않았어. 그 해엔 허리까지 차는 폭설이 내리고 또 내리고 녹지얺은 눈 은 싸여서 내 마음에 자리를 잡았더랬지.

 

지금도 난 달라스에서 작은 아파트를 많이 생각해. 정말 어떻게 싸우지도 않고 잘 견디었을까. 아마도 서로에게 의지하는 면이 많았을꺼야. 아무도 지켜줄 수 없는 곳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난 늦은 밤 도서관에서 돌아올 때 켜저있는 불빛이 너무 좋았어. 그리곤 항상 초인종을 눌렀지. 누군가 나를 기다려 준다는 것에 감사하며.

 

누이야, 그리고 영아!

언제 다시 만날까? 하지만 잠시나마 우리가 함께 했던 달라스의 생활은 정말 잊지 못할 시간들이야. 항상 그때의 마음을 간직하고 열정을 가지고 살 수있기를 기도해...

영아 정말 보고싶어.

그리고 너희들의 앞날에도 기쁨이 가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