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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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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건 좋은거지 ...!


BY bjs7667 2001-09-02

가을의 햇볕은 인정사정 없이 따갑다.
저건물 사이를 건너간 검은 포장이 햇볕가리개 역할은 하는건지...

시장 바구니에 발바리새끼 두마리를 놓고,
새벽 첫차로 나오셨다는 할머니는 신문지조각을 움켜쥐고
한쪽을 펴서 해를가리신다.
(개전으로 가셔야 팔텐데요!)

노란 양푼에 차곡차곡접은 깻잎,
붉은고추 풋고추 어슷어슷 썰고 파도 몇개 고명얹어 잘띠운 청국장좀 사가라며 흔드는 주걱든 손은,
엊저녁 늦게까지 개놓은 깻잎물이 손톱에 배어 있었다.
(청국장 먹긴 좀 더운것 같은데,천원어치 주세요!. 두주걱 퍼담고, 반주걱 더 푼다. "이건덤여!")

물이 줄줄 흐르는 리어카위의 물오징어와 자반고등어는,
줄도 잘맞춰누워있다. 젊은 주인아저씨,흐르는물 받아서 또뿌리면서,
"이동네사람들 생선먹고 집안이 망했나? 왜 안사가능겨?"

능숙한 솜씨로 칼로 반죽떼어 끓는기름에 던지는 어묵아저씨!
입은입대로 바쁘면서,손은 연신 멋진작품(?)을 만든다.
(묘기대행진 감이네!)

까만 찰옥수수 쪄서 가지고나온 젊은 할머니,
첫손주자랑에 앞에와서 서있는 날 거들떠 보지도않는다.
"옥수수 주세요,"
"아유, 미안혀유, 얼마치? 이거 이천원인디! 두봉사가!!"
옥수수를 건데고 받아든 돈에 침을 "퇘퇘" 뱉고는 머리를 훑어 연륜을 알게해줌직한 주머니큰 앞치마로 밀어넣는다.
"마수해줘서 고마워유"

앙징맞은 소매긴 워피스,
꽃무늬가 많은 밑넓은 나팔바지,
아가씨같은 여자가 말꼬랑지머리 여자아이몸에 브라우스를 맞추며 이리저리 애를 돌려대니까 아이가 짜증을 부린다.
(늦동이도 이젠 틀렸고 얼른 아들 장가보내서 손녀를 볼꺼나!)

이가을,
가뭄이라지만 햇볕은 좋아,
그동안 말린고추 오늘 다가지고 나왔는지, 고추자루틈새로 간신히 밀려 나오는데, 이건 왠 날벼락! 고추세례다.
손님이 고추를 사가지고 가서 저울을 확인했더니 근반이나 빠진다며 고추장사에게 자루채 던진건가보다.

남 싸우는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떨리는 덜떨어진(그이의 말에의하면)나는 부랴부랴 빠져나온다.


천막그늘이,
옥수수뻥튀를 한웅큼쥐고 신문지 쥔손을 이용해 입으로 옮기는 할머니와 프라스틱 시장바구니에서 잠든 발바리 두마리를 덮고 있었다.

(아직 살게있는데... 장날이라야 싸고, 또...)

미련이 남은 나는 그냥 시장 입구에 있는 내가게로 들어와 버렸다.
못산건 다음장날 사면 되니까...
뭔가 허전하고 볼일보고 마무리 못한것처럼 개운찮다.
그놈의 고추장사들땜에, 닷새마다 보는 인생구경을 덜 한거다.


난 장날이면 장엘 간다.
살것이 꼭 있어서가 아니라도 간다.
장날풍경에서 진한 삶을 보면서 희망을 배운다.
거기여야만 진솔한 인생이 그대로 보여진다고 생각한다.
어설픈 포장따위로 감추려 하지않고,가끔은 그럴 여유조차도 없어보이는 그네들에게서 ,
나는,
어려움을 한번더 참을 수 있는 힘을 얻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살아가는 능력을키운다.
산다는건 좋은거 라는것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