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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앉은 운동장(가을 운동회의 추억)


BY 미금호 2003-09-21


가을 이맘때가 되면 저는 우리 세아이들의 초등학교 시절
가을 대 운동회가 생각납니다
그러니까 우린 3년전만해도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이 지어진 곳
바로 뒤에 살았었지요
그때는 서울시라해도 도시 와는 비교도 안되는 시골마을이었습니다
물론 조상 대대로 몇대를 이어서 살아온 아주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었지요
우리가 살던동네이름은 구석말이었고 논둑길을 건너면
건넌말 귀리말 모르지 여우고개 를 건너면 상암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이 학굔 아이들의 삼촌이 다녔고 형이 다니고 이모와 고모가 다녔던 이 동네의 유일한 학교였지요
그러다보니 학교운동장도 끝이 안보일 정도로 넓었지요
그리고 가을이 오면 늘 가을 운동회를 열었고
그날은 동네 잔치날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할머니 할아버지 와 동네 어르신네 모두 모시고
학교의 귀빈석에 앉으셔서 궂이 내 손자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박수치며 응원해 주셨고
학교에서도 한 집안잔치처럼 즐거운 날이지요
또한 따가운 가을 햇살아래에서 응원가를 부르는 아이들의 함성과 함께 형형 색색의 만국기가 파란 하늘에 꽃잎처럼 나부끼고
운동회는 재미를 더해갑니다
그리고 온 가족이 기다리는 점심시간
밤이며 고구마 삶은 계란과 김밥을 입이 터져라 먹고는 사이다 며 콜라 사달라고 조르는 녀석도 이쁘기만 합니다
요즘은 피자나 햄버거를 먹었겠지만
그때만 해도 그저 김밥과 계란이면 그만 이었죠
그렇게 웃고 즐기다보면 어느새 학부형들의 달리기 대회
옆집 상원이 엄마는 그날도 빠지지 않고 얼굴이 붉어지도록
달려서 우리 구석말의 1등 아줌마로 프라스틱 바구니를 탔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교생의 계주순서
전 운동회마다 계주를 보면 코끝이 시큰해지고
나도 몰래 눈물이 난답니다
매년 눈물로 마무리되던 운동회도 아이들이 커가면서
아니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더 이상볼수도 할수도없게 되면서
동시에 우리동네도 경기장과 재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그 낡은 학교도 헐어버리고 새학교로 지어졋습니다
물론 아주 멋진 현대식으로 궁전처럼 지어졌지요
하지만 우리 구석말 의 사람들에겐 예전의 정든 학교가
각인되어 있어서인지 새로운 학교가 더 초라해 보입니다
그 넓은 운동장은 6차선의 큰 도로가 되어버렸고
재질거리며 드나들던 교문은 정반대인 뒷쪽으로 돌아앉았으니
왠지 낯설어 보이며 또 다른 슬픔으로 코끝이 시큰해 옵니다
그리고 우리 구석말의 이웃들도 지금은 다들 흩어져서
사느라 서로들 옛시절의 향수에 그리움만 추억할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