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 친정에 갔을때의 일이 생각난다.
"서 ##씨 계십니까?"한통의 전화가 남편의 성을 바꿔 놓았다.
"자기야! 어떤사람이 전화해서 자기를 찾는 모양인데 성을 잊어먹었나 봐!"
하고 남편한테 건네줬다.
그리고 남편은 그 전화를 받고 한잔하고 온다고 나갔다가 밤늦게 귀가를 했을때는
한잔이 아니라 눈에서 술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어떤 남자가 뒤따라왔다.
아까 전화속의 사람인듯 했다.
"식사는 어쩌셨어요?"
아직까지 밥을 안먹었을리는 없었지만 인사차 물었는데 아직 식사전이라며 밥을 차리라는 남편...
있는 반찬에 찌게하나 추가하고 상을 내왔는데 남편은 그새 잠이 들어 아무리 깨워도 반응이 없었다.
"저친구와 함께 한번 뵌 적이 있는데요."
빈젓가락만 밥상위에서 춤을 추다 말고 그친구분이 말을 꺼냈다.
"그래요? 전 전혀 기억에 없는데요. 아마 다른여자였겠죠."
정말 기억에 없는 얼굴이었다.
"아뇨. 한번 뵈었어요."
"아닐거예요. 다른여자였을 거예요."난 꾸역꾸역 우겼다.
난 아무리 봐도 초면의 남자...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고서야...(여전히 얼굴은 생소했지만)...한번 잠깐 인사는 나눴던 사람이긴 했다.
"그나저나 술 한잔 주시요."
보기에도 잔뜩 취한 것 같은데 웬술?
그렇다고 안준다고 할 수도 없고...
예의상 할 수 없다싶어 술병을 가져와 소주잔에 한잔 따랐다.
쭈~~~~욱~들이키던 사람이 하는 말.
"이게 뭐다요?"
"술이지 뭐예요."술취한 사람이 술을 모르다니...쯧쯧
혼자 혀를 끌끌차고 술병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무취였다....
소주1리터짜리 병에 든 것이 술이 아니고 물이었던 것이다.
결국 난 물을 먹인 셈이다.
이를 어째~~~~~! 지송....
난 멋쩍어하며 친구를 처갓집에 데리고 와놓고 잠이 든 남편을 깨웠다.
그랬더니 남편이 눈을 꿈벅이며 하는 말...
"아야! 너 여기서 뭐하냐?"
또한번 띵~~~~~!
그리곤 다시 코를 골았고...
얼마쯤있다가 그 친구분이 식사를 마친 다음에 다시 깨웠더니
남편왈"너, 아직도 안갔냐?"하는 거다.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완전히 세트로 실수를 한 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친구분이 골목을 나서는 걸 배웅하면서 보니
완전히 갈 '지'자 걸음이었는데 그건 그친구분도 필름이 끊긴 상태여서
아마 내일쯤엔 기억에 없을 거라는 안심...
그나저나 조심해서 가시시요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