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카페 화장실 세면대에서 아기의 대변을 씻기는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43

에이!! 철 좀 보충하슈~~


BY 동해바다 2003-03-23

"얘~얘~~요즘 김건모 8집 있잖아.. 새로 나온 노래들이 너무 좋더라 들어봤니.."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밤늦게 들어온 아들에게 에미가 하는 말이다.

'이구..울아들 고생했다 공부하느라구...'라고 말해도 시원찮을 판에 엄마가 아들에게 
꺼낸 말이 고작 그거란 말인가...

"엄마....내가 그 노래까지 들을 시간이 어딨어요..."하는 아들 앞에서 갑자기 나는 
고양이 앞에 쥐가 되고 만다.

'짜아식~~ 맨날 엠피쓰리 귀에 꽂고 다니면서 것두 몰라?' 하구 한방 먹이구 싶지만
축 처진 어깨에 작은 돌멩이 한개라도 얹게 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 미안하구나 이 엄마가 철없어서 말이야'

아직 고3 수험생은 아니지만 앞서 거쳐 간 수험생 엄마들의 입에서
아이들 앞에선 식구들 모두가 벌벌 긴다는 말을 듣고 설마 그럴까...난 절대 그러지 
않을거라고 말을 했지만 어쩔수 없이 나도 그 대열에 끼어 가고 있는것 같다.

스트레스도 덜 받게...
웬만하면 다른 일에는 신경쓰지 않게...
학교공부에만 충실히 할 수 있게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 보자...
하는 생각들이 모든 엄마들의 공통분모일 것이다.

바쁘게 사는 세상 틈 속에 끼여 있는 우리들....
사람 사는 것은 어느 집이건 매한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모두가 모여 식사할 수 있는 기회는 참 드물다.

일요일은 약간의 여유가 있어 아침과 저녁식사는 같이 할 수 있는 자리이다.
내 몫은 식사준비는 당연하겠지만 같이 대화할 수 있는 화제를 꺼내 
이야기할 수 있게끔 하는 일이다.
철없는 엄마의 입에서 나오는 화제란 늘 음악에 관한 것이라니 내 병도 어쩔수 없는가 보다.

일요일 아침...
밥을 먹으면서 어제 아들에게 꺼내다 쏙 들어갔던 얘기를 다시 내뱉었다.
마침 아침 준비를 하면서 남편이 음악을 크게 틀어 놓았기에 화제가 되었던 것이다.
김건모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ㅎㅎ내가 좋아하다 보니 덩달아 시디를 구입하는 남편...그 아내에 그 남편인가...

'얘는 나오는 곡마다 히트하더라...
 이번 8집에 수록된 10곡들 모두가 너무 좋더라...
 아마 아빠는 '아파트'가 들어 있어서 더 좋아할거야...'등등...

'저노래 좋다...다운받아야지...' 하는 아이들...
그렇게 이야기 나누면서 아침식사를 마치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아들은 티브이 앞으로 딸은 컴퓨터 앞으로 남편은 베란다청소 나는 설겆이..

햇살 고운 일요일이었다.
조금 늦게 가게에 나와 내 공간 속에서 며칠 전에 들은 말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본다.

[너무너무]

그랬다 나는...
내 자신이 그런 단어를 많이 쓰는 것을 새삼스레 누군가로부터 듣고 알았다.
나도 몰랐던 언어습관 하나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만큼 열정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푼수처럼 솜사탕 부풀리듯 표현을 그렇게 하는 것일까..

무슨 일에든 푸욱 빠지는 나...

가끔 하는 일에 불만이 있을 때도 있지만 거의가 내가 좋아하는 일에는 푹 빠져 버리고 만다.

글을 써도 너무, 무척, 굉장히라는 단어를 많이 썼고
무엇을 먹어도 너무너무 맛있다고 말했고
사람이 좋아도 너무 좋았고
날씨가 좋으면 너무 좋았고
커피를 마셔도 너무 맛있고
바다를 바라봐도 너무 좋았다.

이렇게 음악도 너무 좋아 빠져버렸고....
컴에도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말주변이 없어 글솜씨가 없어 그렇게밖에 표현이 되질 않는 것일까...
좋게 말해 감정이 풍부한 것이라 결론내려 볼까..
철이 없으면서 감정만 풍부한 여자.....그러면서 여리기만 한...그게 나인가 보다.

아침 바닷가를 드라이브 하고 돌아 오면서 차 안에서 감미로운 음악들이 흘러 나오고 있을때
'정말 좋다...이 노래' 라고 말했더니 남편이 웃으면서 한마디 한다.
"당신은 말이야.... 안좋은게...안맛있는게 어딨어...도데체"

"글쎄...왜 난 이렇게 과장되게 표현하지? 여보...난 언제쯤 철이 들지?"

"우리 담 주에 포항에 갈까?" 뜬금없이 남편이 그런 말을 한다.

"왜요?"

"철을 보충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제철소에서 말이야"

으악~~~~~~~~~

동해바다 음악실<==== 클  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