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요란한 빗소리땜에 눈을 뜨고 보니 어둠이 아직도 깔려있는게 어색했다..
그리고 용케도 이곳에 다시 돌아와 있는 내가 대견하고 신기해서 겨우 정신 차렸다.
딸아이 치과에 갔다가 오랜만에 아웃백에 들렸다.. 어릴적부터 밥보다는 빵에 더
익숙해진 내 모양새를 닮은 아이가 가자고 하지 않았어도 시원한 생맥주가 그리워서
갈 작정으로 걸었다.. 그리고.. 막 자리에 앉았을때 내 눈동자는 한사람한테 고정됐고
갑자기 멍청한 그림자가 되버렸다..
' 닮았구나.. 근데 지금보니깐 또 아니네.. '
잘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잃어버린듯한 착각을 하고 살았던 몇달동안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시원한 생맥주 생각이 더 간절해졌고 단숨에 들이켰다..
이제 막 가을을 닮아가고 있는 내게 아직도 생맥주의 그리움은 내 유일한 탈출구였다.
빵이 나왔다.
손을 닦기 위해 딸아일 데리고 화장실로 걸어 들어가다가 예전의 내가 앉았었던
자리를 비껴서 가면서 속으로 치밀어 오르는 날 밀어냈다..
그땐 이 빵이 참 싫었다.. 식으면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이 빵의 정체가 싫었다..
근데 지금은 어둡고 칙칙한 이 빵이 가끔씩 그리워서 이곳을 찾는 이율 뭐라
해야할까..
다시 빵을 주문하고 버터도 다시 주문하고 꾸역꾸역 밀어 넣으면서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되돌아 온 나에 대한 자축을 뿌려댔다..
다신 내가 애쓰기 전에는 볼수없는 잃어버린 얼굴이 생각 났다가 씁쓸하게 치밀어
오는 억지를 어쩌지 못하고 딸아일 부여잡고 걸었다..
나한테 더 많은 얼굴로 기억될 딸아이가 갑자기 보고싶어서 옆에 두고 걸으면서
난 무슨 생각으로 또 넘어질 뻔했다..
겨우 망가진 다리 고쳐 세우고 걷기 시작했는데 말이다..
이젠 똑바로 걸을수 있겠지..
벌써 몇달째 힘들어 했으니깐..
잃어버린 얼굴을 애쓰며 찾지말자.. 찾아보려 그동안 너무 애썼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