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뜨거운 햇살과 열기도
이제 가까히 다가온 가을을 어쩌지 못 하는듯,
밤이면 발밑에 밀쳐두었던 홋이불을 무심결에 끌어다
덮게 만들만큼 선선해진 날씨에
나는 자연의 법칙과 질서를 느낄 수 있다.
내 나이쯤의 여자들은. 깊은 가을에서나 느낄 수 있는
쓸쓸함을 요즘처럼 계절이 바뀌어 가는 어귀에서 부터
느끼게 된다
시간의 속도도 계절의 변화도 이런것들이 주는 삶의
허허로움도 다른 이들 보다 한 걸음씩 앞서 느끼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사물을 깊이 있게 볼 수 있는 지혜가 생기는 것은
기쁜 일 이기도하다.
젊은 시절에는 무심히 대하던 사물들이 정겹게 다가온다.
이른 봄날 아직 냉기서린 흙을 밀치고 뽀죽이 올라오는
새싹들을 볼 때나 콘크리트 틈사이를 비집고 노랗게 피여있는
민들레를 보았을때나,
나무,새,물고기,..배추벌레 까지도...
생명이 있는 것이라면 모두가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또한, 자연의 조화로움과 신비를 느낄줄도 알게 된다
이렇게 생명과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생기는 것은
생명이 있는 모든것은 유한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 갈 수록 깊이 깨닫기 때문일것이다
이제,푸르게 빛나던 잎들이 조금씩 퇴색되여 그 빛을 잃고
낙엽 되여 떨어지면
나는 더욱 깊은 사색 속으로 마음의 여행을 떠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