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만나
그를 알아가기에도 나는 늘상 바빴다.
언어도 더 많이 익혀야 한다고 마음이 초조해지고
남편이 새로운 일이 있을때는
인터넷을 넘나들며
모든 지식을 동원해 도와주고 싶었다.
남편의 서류도 정리해주고
그렇게 남편의 손발이 되어가는 동안에
나의 모습은 작아지고 없어지고 하는걸 모르고 지났다
아이가 생기면서
아인 나의 생활을 물들여갔다.
시도 때도없이 난 동요를 흥얼거리며
인형극의 동물이 나의 친구가되고
그렇게 난 남편의 아이의 사람이되어 버렸다.
한가한 오후라도 생기면
무얼하지?
밀린 바느질거리를 집어들고
재봉틀을 돌리는 여자
내가 꿈구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먼 옜날 이야기처럼 흐릿한 기억을 더듬는다
난 무엇이 취미였을까?
조금씩이나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어치운 기억도 없지만
시작한 기억도 없으니
시작해보자...
그리고 무얼할까
조금씩 하자
서두르지 말자
너무 지쳐버려 다시 주저앉아 버릴지 몰라
한걸음씩 나아가자
이제 나는 나가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