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교체한다는 것은 당연지사 자연의 섭리라고 하겠지만... 어쩐지... 서글픈 나이테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 같아서 기분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한마디로 쉽게 풀이한다면.. 저승길에 한발자국 다가서고 있다는 것.. 그 걸 끝내 부정하고 자신을 인식 못한다면 그 건 바~보! 그렇지만.... 며칠 전 2월을 보내면서 그 끝자락을 나는 잡지 못했다. 하기 사 ... 내가 잡은들 붙잡힐 어리석은 세월도 아니지만... 암담한 겨울의 잔영(殘影)이 싫기도 하지만 그 보담 더 싫은 것은 오랫동안 잠자고 있는 길 건너 솔밭의 소쩍새 노래가 듣고 싶음이리라. 기다리던 봄!(‘봄’이란 어귀는 항상 들어도 예쁘다) 봄나물 향긋한 그리움을 찾아 아낙들 들판 나들이 가는 길목.. 꽃피고 새가 운다는 3월에 접어들었다. 사이버공간에서 인연을 맺은 한 아우님께서 유혹의 초청장을 보내왔네. 섬진강 흐르는 남녘의 봄소식에는 매화가 꽃망울 터뜨려서 아름다운 별천지를 연상케 한다고 함께하는 매화꽃놀이가 어떻겠느냐고 ... 매화꽃송이 뿌려진 섬진강 뚝 길 거닐면서 그윽한 매화향기 베인 차 한 잔 나누고 싶은... 그 곳을 여행하고 싶은 맘이야 꿀떡 같지만.. 쉽사리 길 못나서는 이유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일을 가지고 있을 때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핑계라도 있었지만 백조의 신세로 지내는 지금의 입장은 그 것도 아닌데... 뚜렷한 무슨 이유도 없는데 지금의 내 자신을 주저앉게 하는 고! 내마음 나 자신도 모르겠으니...그 참.. 창밖엔... 솜뭉치 같이 굵은 진눈깨비가 싫증도 안 나는지 진종일 내리고 심통스러운 우리 집 회색 세멘마당은 내리는 흰 손님을 쌓일 틈도 주지 않고 사라지게 하는데.. 마당 한구석의 작은 정원인 바다솔(海松)위에 눈꽃송이 만발하여 봄 속의 겨울풍경.. 풍경화 한 폭을 담고 있는 것 같네. 가버린 겨울계절이 다시 돌아 온 것은 아닐까.. 세월도 우리 인생처럼... 또다시 기다려야하는 안타까움에서 미련과 아쉬움의 여운을 남기는 것인가 싶다. 이 진눈깨비가 멈추고 난 후.. 더 깊고 더 아름다운 봄을 초대하려면 또 몇번의 꽃 시샘 바람이 우리 곁을 찾아오겠지. 우리의 삶에도 언제나 고난이 있는 것처럼 봄인들 그리 쉬이 찾아오겠는가.. 내일은 여행길 떠나고 싶은데.. 지금 내리는 저 눈발이 길 떠나려는 나의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