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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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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상장


BY 남풍 2003-02-24


갈비 냄새가 수런수런 말 소리와 함께 퍼지고 있다.

학부모회 학급임원으로 내리 2년을 같이 보낸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둘러 앉은 '3학년 5반 해산식' 자리다.
달궈진 불판에서는 갈비가 맛있게 구워지고 있고, 서로의 마음 속엔
2년의 시간 속에 정이 잘 익었다.
든 정이 많은 만큼, 서운함도 커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사람을 진실하게 사귀는 일이 어렵다고
느껴왔지만, 이 모임에선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늘 배워왔다.

한 사람 한 사람 보면 뚜렷한 개성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묘한 조화를 이뤄올 수 있었던 것은 상대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진실한 태도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엄마들은 아이의 반이 갈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엄마들 반이 갈리는 게 영 서운하다.

식사가 대충 끝나고, 시상식을 했다.
항상 독특한 말과 행동으로 즐겁게 했던 이에겐 '엉뚱 즐거움상'
대표를 맡아 고생한 이에겐 '대표 고생상'
2년간 총무를 맡았던 이에겐 '장기 집권 총무상'
대표와 총무가 살고 있는 다세대 주택의 주인에겐 '대단한 집주인상'
나이도 많았지만 언니 노릇을 잘 했던 이에겐 '왕 언니상'
보기만 해도 믿음직한 용모를 가져 든든하게 해 준 두 사람에겐
'마음 든든상'과 '든든 버팀목상'
식당을 하면서도 아이일에 앞장 섰던 이에겐 '식당보다 아들 상'
잘난 딸을 두었으되 잘난척하지 안았음을 칭찬하는 '알토란 엄마상'
모 체육대회에서 준 기념모자를 쓰고 행사마다 참석 했던 이에겐
'하얀 모자상'
배추를 나눠줬던 이에겐 '두근두근 배추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두에게 주는 '유별난 단합상'
(그런데 나는 못 받았다. 내가 만들었으니 대신에 나를 위한 색색의 사탕 부케를 받았다.)

요란한 박수와 함께 받은, A4용지에 엉성엉성 만든 상 내용을
들으며, 우스워 하면서도 감동한다.
상이란 걸 받는 일도 설레이는 일이지만, 즐거웠던 시간들이 묻어
있는 칭찬에 모두 뿌듯하다.

도무지 아쉬워 헤어지지 못해, 노래방으로 옮겼다.
서로 껴안고, 헤어지는 자리에서 '만남'을 반복해서 부른다.
우리들의 바램처럼 좋은 만남,가슴과 가슴으로 만난 소중한 사람들.

각자의 색깔을 고집하지 않고,
남의 험담으로 귀를 어지럽히지 않았으며, 유별난 단합으로
주변의 부러움을 받았던 '별난 3학년 5반'은 그렇게 해산 되었다.

상장과 막대 사탕 하나씩을 손에 들고,
좋은 우리 사이도 어색한 첫 만남에서 차곡차곡 다져간 것,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도 그런 관계를 맺으며 살자고 약속한다.

2년의 시간은 앞으로 살 20년이상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어른들의 더 아이같은 표정 속에서
배운게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