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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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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많은 목숨을 바쳐야 하는가?!


BY 느티나무 2003-02-21

아침에 일터로 나가면서 저녁에 돌아오겠다고 나간 지아비가
차디찬 주검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할 수 있겠는가?
친구를 만나고 온다고 나간 아들 딸들이 시커먼 숯덩이로 변해서
우리 앞에 나타난다면 우리는 그 사실을 믿으려 하겠는가?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우리가 인정할 수 없고,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는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혀질만 하면 또 다시 발생하고, 우리의 신문방송들이
기사거리가 없을만 하면 또 다시 기사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대형 참사만해도 얼마나 많은가.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씨랜드 화재 등등. 그 때마다 관련 공무원,
정치인, 대통령들은 철저한 사고원인 규명과 사후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국민들 앞에 약속에 약속을 해댔다. 또 언론들은 앞다퉈
원인을 분석하고, 책임을 추궁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
야 한다고 열심히 기사들을 써대고 방송을 해댔다.

정치인들은 선거때만 되면 온갖 장미빛 공약으로 국민들에게 표를
뺏어가고 당선만 되면 끼리끼리 뭉쳐서 권력이나 나눠먹을 생각을
하고 국민들은 불에 타 죽든 말든 관심이 없다. 그 잘난 공무원들은
다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민의 세금으로 살아가면서 이놈 저놈에게
서 뇌물이나 받아쳐먹고 국민의 안전은 뒷전으로 밀어놓지 않았는가.
사고만 나면 자기들이 아니면 안된다는 듯이 기사나 써대고 방송이나
해대는 언론은 무엇을 했는가? 사후 약방문이야 누군들 못쓰며, 일이
벌어지고 나서 백번을 떠들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리고 사고만
나면 예간다 제간다 불려 다니면서 유식한 얘기를 늘어놓는 전문가들
은 그동안 고상한 연구만 하고 보고서나 만들어 바쳤는가?

도대체 지하철을 타고 아침에 일터로 가서 일을 하고 저녁에 돌아오
는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 지하철을 타고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
러 가는 우리의 아이들이 무엇을 잘못해서 목숨을 잃어야 하는가?

예산이 없다고 불만 나면 다 타죽을 수밖에 없는 전동차를 아무런
안전대책이 없이 굴리고 있다. 그러면서 북한동포들을 위한다면서
수천억의 돈은 퍼주고 앉아 있다. 그리고 청계천을 복원한다고?
국민의 세금으로 그런 전시행정은 하지 말기 바란다. 청계천은 앞으로
백년 뒤에 복원해도 좋다. 시민들이 아루 아침에 시체로 변하지나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

우리는 스스로 선진국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그래서 못 사는 나라
사람들을 무시하고 있다. 3D 업종이라고 하기 싫은 일을 해주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혹사시키고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가 선진국이
고 선진국 사람들인가? 자고 나면 수백명이 화통 같은 불 붙은 지하철
에서 새까맣게 타 죽어 나오는데도 우리가 선진국인가? 무역량이
많고 국민 소득이 조금 높다고 우리가 선진국인가? 제발 웃기지 말기
바란다.

선진국 소리를 듣지 않아도 좋다. 제발 하루 하루를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해달라. 왜, 무슨 잘못으로 아무런 죄없는 사람들이 시체로
변해야 하는가?

이제 며칠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잊혀질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가 또 수백명이 죽고 다치고 할 것이
다. 어린 생명들을 불 속에 잠재우고 이런 나라에서는 살기 싫다고
다른 나라로 이민을 떠난 것이 불과 몇 년 전인데도 말이다.

대한민국의 잘난 사람들이여, 화염 속에 죽어간 사람들의 비명과
원망의 소리가 들리는가? 남아 있는 가족들의 피맺힌 울음소리가
들리는가? 그들이 가슴에 안고 살아갈 평생의 한을 당신들은 아는가?
무엇으로 그들의 죽음을 보상할 수 있는가? 무엇으로 그들의 아픔을
달랠 수 있는가?

며칠 뒤면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을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남북통일을 못해도 좋고
햇볕정책도 안 해도 좋다. 선진국이 아니라도 좋다. 월드컵 같은
국제적인 행사를 치루지 않고 살아도 좋다. 다만 아무런 죄없는
국민들이 하루 하루를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지하철
을 타고 출퇴근하는 서민들이 엄청난 부를 원하겠는가? 아니면 높디
높은 권력을 바라겠는가? 그렇지 않다. 아침에 일터에 나갔다가 저녁
에 돌아와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도란 도란 앉아서 식사를 함께 하기
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면서 행복
해 할 것이다. 이런 소박한 국민의 꿈을 앗아가지 말기 바란다.

억울하게 죽어간 영령들이시여, 하늘나라에서나마 편안하게 잠드소서.
남아 있는 가족 친지들께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