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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산다는 것....


BY 쟈스민 2001-07-27

나와 동갑나기 시누이가 네째 아이를 낳았다고 합니다.
서른 여덟의 나이에.....

내리 딸 셋을 낳고, 아들을 낳기 위하여 필사적인 노력(?) 끝에
드디어 네 째 아들을 낳은 것 입니다.

참으로 축하해야 할 일데도 왜 마음 한켠이 아려 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나에겐 없는 아들이기 때문에 이는 시기심은 정녕 아닐 터인데....

아들을 낳을 때까지 아이를 낳고, 또 낳고
그렇게 밖에 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서인지....

여러가지 교차되는 감정을 뭐라 딱히 말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여자로 태어나 한 생명을 잉태하여 엄마가 된다는 것,
분명 아주 귀하고 큰 일인데 그런일을 네번이나 한 시누이가
참 대단하다 싶습니다.


난 이후에 짊어지고 가야할 삶의 무게를 생각해 봅니다.
그 고단한 여정이 조금쯤 걱정스럽습니다.

하지만 그네들이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아이였으니
아주 귀한 사랑으로 자랄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에서
아이 넷을 제대로 교육시키고 잘 기른다는 건
정말 부모 노릇을 제대고 한다는 건
쉬운일만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나의 일도 아닌 일에 어찌보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지만, 왠지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아이를 키워 본 엄마이기에....

여자로 산다는 것....

이렇게 아들을 낳을 때까지 아이를 낳아야 하고, 길러야 하고

자신에 대한 아주 많은 부분을 포기하면서까지 모든 걸 걸어야 한다는

그런 것이 자꾸만 슬퍼보이는 건 왜인지....


낳는 데 까지 낳아서 아들을 낳으면
갑자기 인생이 온통 황금빛으로 물드는 건지
늘 즐거운 일, 좋은일만 생기는 건지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왜 지금 자신에게 있는 딸들은 아랑곳 없이 계속 아들을 낳기 위한
아기를 낳아야 하는 건지 그저 답답합니다.

딸만 둘인 우리는 남편이 늘 아들을 낳아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 자신이 없습니다.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 것 조차
별로 좋아 보이질 않습니다.

딸만 둘 낳다 보니 또 딸을 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아들, 딸을 가려서 갖는다는 점도 회의적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아들 낳을때까지 아이를 낳고 싶은 생각은
정말이지 없습니다.

자식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자신에게 내려진 선물이라고
늘 그리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전 늘 남편에게 말하지요. 아들이 꼭 필요하다면 날 여왕처럼
모셔서 편안하게 살게하라고, 세째 아이를 또 낳는다면
그 아이만큼은 꼭 내손으로 키우게 끔 하라고 주문을 한 답니다.

딸 둘을 모두 갓 낳아서 부터 내손으로 키우지 못한 나름대로의
한을 그렇게 일축시켜 버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간 딸 둘을 키우면서 시부모님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건 내 일신의
편안함으로 가장된 또 다른 스트레스였다는 것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나이드신 부모님께서 자신의 아이를 보아주실때 마음이 편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몸은 늘 피곤하고, 금전적으로도 늘 풍족하지 못하며 정신없이 아이들
을 키우느라 주말 마다 시댁으로 달려가곤 하는 자신의 모습이 마치
엊그제 같습니다.

그런데도 시간은 참 빨리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 시간들이 너무도 힘들게 남아 있어, 다시 아이를 낳는 일은 생각
도 않고 있는 나에게 은근히 아들 낳기를 바라는 부모님들의 마음은
나의 현실을 자꾸 되새겨보게끔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입장을 잘 말씀드렸지만 아마도 많이 서운하셨을 거란 것은
잘 알지만 그 모든 현실은 바로 내가 짊어 지고 가야할 삶의 무게이
므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자신의 일 때문에 갓 낳은 핏덩이 아이들을 떼어 놓는 엄마의 마음은
아마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게 아닌 가 싶습니
다.

자신조차 모르고 살았던 독한 면에 혼자 눈물 흘려야 하고....

아무나 그러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래야 하고....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떠밀리어 자신의 의지와는 다른 선택을 해야 할때도 있다는 것....

그런 것도 여자로 산다는 것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되는 듯 했습니다.

두 아이를 가지고, 배불러 직장에 다니면서도 행여 남들에게 나태한 모습 보여줄까 두려워 늘 최선을 다하여 일하는 모습.....

퉁퉁 부은 발을 하고도 씩씩한 엄마여야 하는 모습.....

아기 낳을 예정일이 다 되었는데도 시부모님 생신상을 차리기 위해
음식준비를 하다 보름이나 앞당겨 아이를 낳고도 아무렇지 않은 모습....

그렇게 많은 모습들을 요구 받는 여자로 산다는 것은
참으로 고단한 시간들처럼 언제나 머리속에 남아 있습니다.

이젠 모두 지난 시간들이지만
나는 지금 아주 큰 부자가 된 것도 아니고,
아주 대단한 명예를 얻은 것도 아닌

그냥 나만의 인생이 거기 그렇게 조용히 흐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들이 최선을 다한 시간이라는 생각뿐입니다.

그래도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말 할 수 있습니다.

순수한 젊음으로 불태우는 정열이 있었기에...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대로 세상을 살아갈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도 여자로 산다는 것은
늘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지는 부분 보다는 어쩔 수 없이 그리
살아지고 마는 부분이 많이 보이기도 합니다.

드디어 고대하던 네째아들을 낳은 시누이에게
진심어린 마음으로 축하를 보냅니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항상 건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더불어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그러러면 여자다운 여자이기 보다
씩씩하고 강한 여자로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 해 봅니다.

여자로 산다는 것....

그건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고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조금은 알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어른들이 아들, 아들 하는 것만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아무리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어도
엄마로 산다는 건, 아주 많은 것을 받을 수 있기도 한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