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원에 며칠전 머리커트 하러 갔다.
커트를 하기 위해 내 머리카락에 물을 칙칙 뿜는 여인에게
평소 늘 하는 말을 무심히 던졌다.
"제 머리숱 무척 많죠?'
'아뇨, 아주 적당하신데요. 하지만 까만색으로 염색한 것처럼 되게 <아주의 사투리말>까맣네요"
그렇다.
내 머리카락이 그토록 까말수 밖에 없는 이유를 여기에 밝힌다.
아마 사십사년 전일일것이다.
내 생일이 음력 유월 팔일이니 아주 뜨거운 초여름 일일것이다.
부모님은 들에서 땀흘려 일하시고 아마 마당에서 손 발이라도 씻고 계셨으리라.
나보다 세살많은 숙이 언니가 아장아장 걸음마 겨우 할 때인데 그동안 어머니가 점심준비하다가 부뚜막에 둔 참기름 병을
살며시 가져와 갓난 쟁이인 내 머리카락에 발랐다는데..
울 언니 너무 똑똑해서 동백기름인 줄 알았나?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가뜩이나 까맣던 배냇머리가 쫘르르 참기름이 흐르니 더욱 빤짝거렸다고..
그 무렵 또 하나의 일화는 내가 새근 새근 대청마루에 잠들었을때..
못 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더니 우리집 외양간의 숫 송아지 외양간을 뛰쳐 나와
겅중겅중 대청마루로 올라 휘익 꼬리를 흔들더니..
어린 아가야가 너무 이뻐서인지 지긋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더라는데..
뜨락 아래서 그 광경을 보던 그 순간 어머니의 가슴은 심장이 멎는듯 놀랐으리라.
섣불리 대청 마루로 올라서면 송아지가 아가를 밟을까봐..
.한숨만 쉬며 마당에 물 한바가지 세숫대야에 들고서 살며시 송아지가 돌아서서 내려오도록 뒷걸음치며 유혹하며........
자라면서 동네 아줌마들 길에서 내가 인사할때마다
한 아주머니가
'야가 갸아이가? 머리에 참기름 발랐던 애" 하시면
" 아니 왜 야가 숫송아지에 밟힐 뻔한 아 갸잖아?'하시거나
"갸가 가라니까. 왜 선도 안보고 시집간다는 그 집 셋째딸?'
그러셨다.
와! 엄청난 행운아인 나는 송아지에 빫힐 뻔만 했었지 .
진짜 진짜 참기름 듬뿍 발라 결곱고 까만 머리카락 배냇머리라고 자랑할 수 도있고..
그래서 요렇게 참기름처럼 고소한 글도 잘 쓰고..
,<자화자찬 용서하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