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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에 참기름 바르고..


BY 바람꼭지 2003-09-14

미장원에  며칠전  머리커트 하러 갔다.

 커트를 하기 위해  내 머리카락에 물을 칙칙 뿜는  여인에게

평소 늘 하는 말을 무심히 던졌다.

"제 머리숱 무척 많죠?'

'아뇨, 아주 적당하신데요. 하지만 까만색으로 염색한 것처럼 되게 <아주의 사투리말>까맣네요"

 

그렇다.

내 머리카락이 그토록 까말수 밖에 없는 이유를 여기에 밝힌다.

 

아마 사십사년 전일일것이다.

내 생일이  음력 유월 팔일이니 아주 뜨거운 초여름 일일것이다.

부모님은 들에서 땀흘려 일하시고 아마 마당에서 손 발이라도 씻고 계셨으리라.

나보다 세살많은 숙이 언니가  아장아장 걸음마 겨우 할 때인데 그동안 어머니가 점심준비하다가 부뚜막에 둔 참기름 병을

살며시 가져와  갓난 쟁이인 내 머리카락에 발랐다는데..

울 언니 너무 똑똑해서 동백기름인 줄 알았나?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가뜩이나 까맣던 배냇머리가 쫘르르 참기름이 흐르니 더욱 빤짝거렸다고..

그 무렵 또 하나의 일화는 내가 새근 새근 대청마루에 잠들었을때..

못 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더니 우리집 외양간의 숫 송아지 외양간을 뛰쳐 나와

겅중겅중 대청마루로 올라 휘익 꼬리를 흔들더니..

어린 아가야가 너무 이뻐서인지  지긋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더라는데..

 뜨락 아래서  그 광경을 보던 그 순간 어머니의 가슴은 심장이 멎는듯 놀랐으리라.

섣불리 대청 마루로 올라서면 송아지가 아가를 밟을까봐..

.한숨만 쉬며 마당에 물 한바가지  세숫대야에 들고서 살며시 송아지가 돌아서서 내려오도록 뒷걸음치며 유혹하며........

 자라면서 동네 아줌마들 길에서 내가 인사할때마다

한 아주머니가

'야가 갸아이가? 머리에 참기름 발랐던 애" 하시면

" 아니 왜 야가 숫송아지에 밟힐 뻔한 아 갸잖아?'하시거나

"갸가 가라니까. 왜  선도 안보고 시집간다는 그 집 셋째딸?'

그러셨다.

 

와! 엄청난 행운아인 나는 송아지에 빫힐 뻔만 했었지 .

 진짜 진짜 참기름 듬뿍 발라 결곱고 까만 머리카락 배냇머리라고 자랑할 수 도있고..

그래서 요렇게 참기름처럼 고소한 글도  잘 쓰고..

,<자화자찬 용서하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