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노고단 오르는 길은 눈이 발목까지 차오르고 있었습니다.
눈 밟던 소리가 아직도 귀에 남아 있습니다. 많이 걸어야 할 등산길은 아니었지만
숨이 차 올를 때 까지 하늘과 좀 더 가까워지는 자리에 오르면서 우리 세 자매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사람이 풍경이 되어 다가온다..\"
어떤 시인이 그렇게 표현했을 때 \"사람이 풍경된다.. \"
그 속 뜻 이 무엇인지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시야에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제가 말했습니다.
제부와 많은 갈등을 겪고 있어 정말 고단하다고 소리 지르며 사는 동생이 제게 이런 말을 합니다.
\"언니에게 그 풍경은 형부와 이이들 일거야..그치? \"
그 말이 아프게 들렸습니다. 동생의 상황이 지금 그렇습니다..
한 부모 아래 한 젖 먹고 자라난 인연이 가장 가까운 인연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린 충분히 서로를 사랑해야 하고 돌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언니가 사는 것, 동생이 사는 것, 제가 살아가는 것, 이렇게 세 명이 모여 세 가지의 각각 다른 삶을 보면서 공유할 수 없는 사실들에 대해 대화는 마음을 좁혀 주는 귀한 시간이 되어주었습니다.
보편적인 사고와 평범한 상식을 고수하며 살고 있는 내가 정말 잘 살고 있는지 자기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며 몰두 할 수 있는지, 늦은 나이(?)에 발견하여 지금도 학업에서 열정을 가지고 그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살아내고 있는 언니가 잘살아 내고 있는 것인지, 결혼 8년 차를 맞이하면서 아직도 남편과의 정서 교류가 되지 않아 언니와 가족들을 긴장시키면서 동생은...
이번 여행에서 언니의 호된 질책을 저는 받았습니다
\"넌 말이지...아주 분명히 너만의 색을 가졌어.
그런데 그 색을 상대방이 가지지 않았으면 너는 인정하는 듯 말은 하지만
네 눈빛엔 늘 너와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에 대해 경시하는 그 무엇이 있어.
모범적으로 사는 세상의 규범이 모든 이를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것은 아니야.
세상을 향해 분명히 따뜻한 눈을 너는 가졌지만 사실은 너는 아주 흑백논리가 강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는거지.
그래서 늘 평범하게 살아가지 않으면 네게 혼이 날 것 같은 그런 도덕 선생 같은 분위기가 네게 있다는 거야..\"
지난 몇 년 동안 아내로, 엄마로 뿐 아니라 자기로 살아내면서 24시간을 28시간으로 살아낸 언니의 고단할 일상을 두고 가끔 아이들에게 대해 소홀해 보이는 언니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어떻게 그렇게 이기적 일수 있어? 누구나 자기가 원 하는 것만 하고 살지 않아, 언니 때문에 가족이 불편할 것을 왜 하고 있냐고?\" 하던 내 말에 대해 상처 있었다고 말하려는 듯했습니다.
엄마가 바쁘면 아이가 불편하다.
그것은 보편적인 상식이고 자신들이 조금 불편하지만 열심히 살아내는 엄마를 자랑스러워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형부도 이해한 그리고 내 아이들도 이해한 그것을 너는 이해하지 않아 가끔 너에게 야단맞는 듯 했어 알았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악착같이 공부하여 연구원생이 된 언니는 자기가 스스로 자랑스럽다 했습니다.
남편에게 함몰되어 살아가는 제 삶도 나름대로 아름답다고 자기는 인정하는데 도전하며 살아가는 언니의 삶은 왜 인정하지 않느냐는 거였습니다.
토요일 밤 6시간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언니의 말에 저는 대꾸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언니처럼 살아가지 못한 제 자신이 언니에게 얼마나 많은 질투를 하면서 살았는지
속으로 인정하면서 말입니다.
그때 문득 자꾸만 청년 시절 듣던 노래. 참새와 허수아비가 입안에서 맴돌았습니다
\"보내야만...슬픈..허수아비.... 훠이..훠이..가거라..\"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이 달랐던 그 허수아비는 참새를 보내야만 할 수밖에 없는 자기의 삶을 슬프다 했습니다.
우린 한 자매로 정서가 비슷하고 받은 은사도 비슷합니다.
그리고 언니는 국문학 강의를 언젠가 할 것이라 꿈꾸고 있고, 동생도 언젠가 작가로서의 등단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아주 새삼스러운 발견은 한 엄마의 아기집에서 자라나 한 젖먹고 한 부모 아래 자라났으면서도 우리 세 자매의 사고와 삶의 방범은 세 가지였다는 것입니다.
인정하는 듯 했으나 제가 가지지 못한 추진력과 결단성을 그네들의 가짐에 대해 질투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어쩌면 성장하면서 내내 전 그네들에게 열등아였는지 모릅니다.
맑은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