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형님께서 친정 어머니의 병간호로 인해 추석명절 날에 시댁에 오지 못하자
전화 벨소리만 울려도 시어머니께서는 둘째 형님이신 줄 알고 달려오신다.
모두 다 내려왔건만 이미 와 있는 자식과 손자 여럿에 만족하지 못하고,
오지 못한 한 사람을 기다리고 궁금해 하는 마음이 보는 사람조차 안타깝게 한다.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을 찾는 심정이 이럴 것 같다.
지난 봄에 있었던 일이다.
혼자 계신 어머님께서 인천에 신병치료와 겸해 아들 집 나들이를 떠나셨다.
시골에서 멀리 있고 멀미도 많이 하기에 자식들 사는 모습이 보고 싶어도 쉽게 가실 수가 없었는데 모처럼 나들이를 오신 것이다.
형님은 집 앞에 있는 작은 공장에서 일을 하시는데, 결혼 20년 만에 처음으로 다니러 오신 시어머니를 며칠동안이나 모시게 된 것이다.
하루는 점심때가 다 되어도 형님이 오질 않자,
어머니는 며느리를 생각해서...
‘내가 점심을 챙겨 먹으면 며느리 고생이 덜 된다 싶어서’ 혼자서 대충 점심을 먹던 중에 형님이 오셨다.
형님은 모처럼 오신 어머님께 고기라도 구워서 점심을 드려야겠다며 가게엘 잠시 들렀다가 조금 늦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는 제때 식사도 못 챙겨드리고 잘 모시지 못한다는 생각에 자책하는 마음으로 속이 무척 상했단다.
식사 후, 공장에 다시 들어간 형님은 그 얘길 꺼내며 눈물 흘리고......
그 눈물은 전염성이 강해 사장도 울리고 사장 사모님도 울리고 그 공장에서 일하는 나머지 분들도 모두 울려버렸단다.
그날 퇴근 후, 저녁을 먹으며 그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오게 되었고
어머님은 “ 야~야~ 내가 배가 고파서 먼저 먹은 게 아니고, 나 때문에 너가 더 고생한다 싶어서 너를 도와주려고 먹은 것이란다.” 라고 말씀하셨고
그 말을 들은 형님은 또다시 눈물 글썽이며 울고, 어머님 또한 울었다며
명절날에 다니러 오지 못한 며느리 생각에 지난 얘길 꺼내서 또 다시 울고 계신다.
뒤늦게 그 얘길 들은 내 눈에도 눈물 흐르고......
운다는 것!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울어준다는 것!
그 눈물은 진정 아름다워라~
- 2003년 추석명절을 쇠고 나서 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