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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눈물... 큰 오빠의 품속의 피자...


BY 서른이 되고 보니 2003-01-09

94년 내 나이 21살
학교를 졸업하고 자격증 시험을 보곤 바로 취직을 할수 있었어요
개인병원이긴 하지만..
알뜰히 챙겨주시는 병원의 가족들과
나름대로의 시간을 보내면서 근무를 하던중
생리 혈이 너무 과도하게 나오면서 심한 덩어리체 빠져나오는 경험을 했습니다

걱정이 되서 원장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원장님 께선 초음파를 보자고 하셨습니다

성 경험이 없는 저로썬
질 초음파를 볼수 없기에
방광을 가득채우곤 촘파를 간신히 볼수가 있었습니다

화면상에 보이는 동그란 혹은
배속에서 언제 생겼는지
가로 세로 5센티가 조금 넘는 물혹이 있었습니다

단지 동그란 물혹이라 하더라도 배속에서 꼬일수가 있는 크기였고
그 혹의 내용물이 이상하게 보여서
당장 수술을 권유 받았습니다

원장님의 친구분이 계신 제일병원에 소개를 받아
수술전 미리 검사를 하곤
편한 시간에 입원을 하였습니다

대 수술이 아니지만
처녀므로 시험수술을 할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개복을 하여 수술을 하자니 흉터나 남고 마취역시 장시간 해야하고
또 그렇다고 질경을 넣어서 아래로 삽입을 하자니
혹시나 하는 처녀막의 파열이 발생될까봐

칼 자국을 적게 내는 대신
시야가 작으므로
시야를 밝게 해주는 가스를 조금더 주입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오랜 시간 수술시간을 요하는 것이 아니기에
이른 아침 큰 수술이 준비되는 과정에 잠시 들어가 수술을 하였습니다

다행이 생각보단 위험한것이 아니였고
수술역시 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회복실에서 마취가 깨길 기다렸다가 소변을 보곤 바로 입원실로 올수가 있었습니다

막내외동딸인 저는 어려서 잔치례가 많았고
그렇다 보니 부모님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였습니다

위로 둘인 오빠는 전부 대학을 나왔는데
대학 문간에도 가보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직장생활을 하는 부모님께서는
저를 대견하면서도 조금은 아쉬움을 갖곤 하였답니다

친구들이 문병을 온 틈을 타서 엄마는 잠시 집으로 가져올 물건이 있어 자릴 비우시고
친구들과 수술경과가 좋다느니 다행이라느니 잡담을 하는중
갑자기 배에 심한 통증이 밀려오면서
양 어깨 위로 가스가 배출이 되는데
전 그만 그 통증을 참지 못하고
실신을 하고 말았습니다

급하게 의사와 간호사들이 들어닦치고
전 침대에 실린 그 상태 고대로
바로 중환자 실로 이송되었습니다

면회가 어려운 중환자실
말 그대로 중환자만을 돌보는 그런곳으로 갑자기 옮겨지게 되었지요
혈압은 불규칙적이도
동공이 풀리고
온 몸에는 전혀 이상 반응을 보이지 않는 그런 코마상태였다고 합니다

엄마는 집에가셨다가 병원으로 오셨는데
그 사이 새로운 침대가 들어와 있었고
잠시 운동을 하러 (가스 배출을 위해)친구들과 나갔나 보다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2인실 병실을 쓰고 있었는데
옆에 계신 자궁암 수술을 하신 보호자 분께서
따님이 중환자 실로 옮겨 졌다는 얘길 전해받곤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급하게 중환자실로 찾으셨다 하지만
면회는 금지고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들은 그저 멀뚱하게 중환자실의 문이 열리고 닫히는 상황만을 바라보고 있던 중이였다고 합니다

의사선생님께선 왜 어떤 이유에 이런 일이 발생되었는지
아직 답을 드릴수가 없고
검사중이므로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셨다 합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전 그렇게 중환자 실에 있었고
시간이 한참 흐른후에 눈을 뜬다고 떴는데
눈을 떠지지 않고
온몸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전화를 받고
간호사들의 대화 내용을 멀쩡히 두 귀로 듣고 있는데
이 몸뚱이가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왜이러지...
내가 왜이런거지...
전 두려움이 밀려오고 소릴 질러 보았지만
내 몸인데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마른 장작개비 처럼
몸뚱이는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런중 중환자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곤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마도 면회시간이 돌아온듯 했습니다

"환자 보호잔데 둘이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엄마가 아빠와 같이 들어오고 싶다고 말씀을 하고 계셨습니다

"간염의 우려가 있으므로 한분씩만 가능합니다"
왠지 냉랭한 의무적인 간호사의 발언이
얄밉게만 들렸습니다

눈이 떠 지진 않았지만
엄마보단 아빠가 먼저 들어왔다는것을 알수가 있었습니다
"다리를 주물러 줘도 괜찮겠습니까? 몸이 많이 찬데요.."
"네.... 그러세요"

분명 다리를 주무르고 있을 아빠의 손놀림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꺼억.. 꺼억..."하는 아빠의 보이지 않는 울음소리가 제 귀에 들렸습니다

울고계셨어요
차가워진 반응이 없는 제 다리를 열심히 주므르고 계셨을 아빠는
그렇게 울고계셨습니다

"아빠... 나 괜찮아... 아빠... 울지 말고 그냥 나가... 이런 모습 보이는거 싫어...아빠...."
전 정말 소리 높혀 외쳤지만
입이 움직이지도 의살 전달할수도 없었습니다

이윽고 아빠가 나가자 엄마가 들어오신 모양입니다

엄마 역시 느껴지지 않는 손길로 저의 몸을 만지셨겠지요
어떻게 해주셨는지 모르지만 느껴지지도 손길도 알수가 없었는데 말이죠....

그렇게 48시간을 꼬박 중환자 실에 있다가
전 기적적으로 의식을 찾곤
별별가지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싸돌아 다니며
휠체어에 의존한체
검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검사 결과
전 통증 쇼크로 일시적인 혼수상태였었다고 합니다

다행이 검사 역시 이상이 없었고
정신도 차리고
관찰을 위해
2박 3일의 일정을 미루고
7일간의 병원생활을 하곤
퇴원을 할수가 있었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곤
다시 병원에 근무를 하던중
한달이 조금 넘어서
갑자기 오른쪽 옆구리에 통증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내과와 외과를 오가며
맹장이 아닌지
수술후 수술부위에 유착으로 통증이 올수 있다는 얘기만 듣곤
그냥 저냥 통증이 오면 진통제를 먹으면서 견뎠습니다

저녁에 집에서 아무리 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는데도 밀려오는 통증은
어떻게 할수가 없었습니다
병원에서 챙겨온 진통제를
첨엔 한알
두알 나중엔 네알씩 먹었지만
오랜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밀려오는 통증을 막을수가 없었습니다

원장님께 전화를 하곤
혹시 모르니까
영동제일산부인과로 가보라는 얘기를 전해주셨습니다
연락은 취해 놓겠다고...

엄마와 같이 택시를 잡아 타서
병원에 도착을 해
응급실고 가서 초음파를 보았는데

오른쪽으로 수술을 했던 반대 방향으로
똑같은 물혹이 다시 재발을 했던 것입니다

다행이 전번 같이 내용물이 이상이 아닌 단순한 물혹이였는데
그것이 갑자기 커지면서 배속에서 꼬여버렸습니다

응급으로 수술을 하곤
전 다시 병원에 입원을 하였습니다
엄마는 너무 놀라고 한번 중환자실까지 갔다온 경험이 있어서
이번엔 절대 제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다행이 전번 같은 일이 발생되지 않았고
그렇게 병원에서 하루를 맞이했습니다

다음날 아빠는 아주 아주 초최한 모습으로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는 이모라고 불리우는 엄마의 친구분과 병원을 오셨습니다

아빠는 절 보시곤
그저 말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절 끌어 안아주었습니다

옆에 계신 이모님 말씀이
아침을 제대로 드셨나 해서
집에 가 보았더니
아빠는 저를 걱정하면서 밤새 잠도 못 주무시고
저녁도 드시지 못하곤
그저 옆으로 누워 눈물만 떨구고 계셨답니다

전화를 해도 됐지만
겁이 나서 전화도 못하고
그저 그저 그렇게 멍청하게 집에서 제 걱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고 합니다

이른 아침이긴 하지만
이모님이 아빠를 모시고
제얼굴을 보여주러
그 이른 아침 7시에 같이 병원에 오신거였습니다

어찌나 가슴이 아픈지
항상 무뚝뚝 하고 엄하게만 보였던 아빠의 모습이
왜그리 작게만 보이고
또 여려 보이던지

누워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토록 큰 불효라는 생각을 그때 첨으로 해 보았습니다

위로 둘이 있는 큰 오빠는
수술 전에 여자친구와 지금의 새언니지만
피자를 먹고 왔다고 자랑을 하였습니다
피자 나도 먹고싶다고 했었는데
그 말이 가슴에 남아 있었던 모양입니다

2번째 수술을 한 그 담날 저녁에
인근 백화점에서 파는 조각피자를 하나 포장해서
가슴속에 뭍곤
금식을 해야하는 것도 모르고
아파하는 날 위해
혼자 먹었던 피자가 가슴에 많이 걸렸던 모양입니다


피자를 품 속에서 꺼내면서 먹으라고 하는 큰 오빠를 보면서
나이차가 있어서 아빠 담으로 불편했던 오빠의 존재가
이토록 따뜻하고
커다란 위안이란것을
또 한번 그때 느낄수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다 하더라도
가족의 소중함은
정말 형용할수 없는 그런 사람들 이란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가족이란
말 그대로...
있는 것 만으로도 힘이 되어 주는 그런 사람들 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