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가게문을 열어두셨던 어머니는 낮에 잠깐 쪽방에서 새우잠을 청하시곤 했다. 반나절 동안 가게를 보셨던 아버지는 장사에 도통 관심이 없으셔서 거의 30년 가까이 장사를 하셔도 물건값을 모르셨다. 안면이 있는 이웃이 고개라도 내밀라치면 붙들어놓고 술판을 벌이셨으니 장사는 늘 뒷전이었다.
그런 아버지는 어깨를 늘 엉거주춤 들어올리고 다니셨다. 무엇인가에 단단히 주눅이 들은 것처럼 보여 어머니는 아버지가 어깨를 추켜올리실 때마다 나무라셨다. 나도 아버지의 그런 모습이 진저리나게 싫었다.
그런데 어느 날 건빵이 내게 이러는 것이었다.
"엄마, 나 엄마랑 챙피해서 같이 안 다닐 거야. 엄마 어깨는 완전히 직각이야!"
"이 짜슥아, 내 어깨가 얼마나 모던한 어깨인데... 모델덜 봐라. 다 직각이잖아! 서양 옷에 어울리는 어깨란 말씸이야. 한복에나 둥근 어깨가 어울리는 거야!" 나는 뜨끔하면서도 둘러대었다.
"치~~! 근데, 왜 올려!"
"그건 뿌뿌가 내 어깨에 올라앉아 있으니까 그렇지!"
미워하면서 닮는다는 말이 있다.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미워하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닮아버린 것이다. 그 자신 없고 당당하지 못한 모습을.
어깨의 쓸모
주용일
어스름녘, / 일을 끝내고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어깨에 얹혀오는 / 옆사람의 혼곤한 머리,
나는 슬그머니 어깨를 내어준다 / 항상 허세만 부리던 내 어깨가
오랜만에 제대로 쓰였다 / 그래, 우리가 세상을 함께 산다는 건
서로가 서로의 어깨에 / 피로한 머리를 기댄다는 것 아니겠느냐
서로의 따뜻한 위로가 된다는 것 아니겠느냐
아버지의 어깨는 어머니와 우리 형제들이 기댈만한 어깨이지 못했다. 한번도 제대로 쓰이지 못한 어깨. 그래서 엉거주춤 주눅이 들으셨던가. 그렇다면 내 어깨는. 내 어깨 역시 지금까지 한번도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 고작 강아지 뿌뿌만이 편안하게 올라타앉을 만하다. 속 좁은 나여.
다른 사람은 그만두고 건빵이라도 기댈만한 어깨가 될 수 있을런지. 주용일 시인의 시를 몇 번이고 되풀이 읽으면서 생각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