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인데 오는 사람도 가는 사람도 없다. 어머니는 속이 터지신다. 어머니만 할까만 나도 속이 터진다. 남들은 일 하느라 손이 터질지 모르지만, 나는 하늘 일 없으니 손 터질 리 없다. 속도 터지고 손도 터지는 사람보다 나은 형편인가.
명절인데 제사도 안 지내고 오는 사람도 가는 사람도 없고, 게다가 남편이 말썽만 부리니 나몰라라 두 손 놓고 있다. 어머니는 나를 나무라지도 못하고 적막하게 앉아계셨다.
오늘은 마침 집 근처 안산에 오일장이 서는 날이다. 오기로 한 전화가 있어서 어머니에게 3만 원을 드리며 남편과 함께 장에 가셔서 드시고 싶은 것 사오시라고 하였다. 간 큰 며느리인가! 어머니는 아들이 모는 차를 타고 단 둘이 모처럼 나들이를 하게 되어 화들짝! 반색하는 눈치인데, 건빵 아빠는 내가 토라져서 안 가는 줄 알고 찝찝해 한다.
어제 다행히도 사장인 작은 아주버님이 얼마간의 돈을 주셨다. 그만큼만이라도 주셨으면 하고 내가 바라던 딱 그 만큼이다. 한 일 주일 일하고 받은 돈치고는 많은 편. 오늘 아침에는 어머니가 수표 두 장을 주셨다. 매달 받는 돈이지만 미안하다. 그래도 받을 수밖에.
생선전과 나물 두세 가지, 오이, 고기 등을 사오셨다. 어머니만 들어오시고 건빵 아빠는 다시 나갔다. 내가 드렸던 돈을 다시 돌려주시며 큰 아주버님이 오셨다고 속삭이듯 말씀하신다. 건빵 아빠 이름으로 핸드폰이 2개인데 하나는 아주버님이 쓰고 계신다. 그런데 지난 달 두 번째로 아주버님이 쓰시는 핸드폰 요금이 5만원 이상 나왔다.
돈 생길 때 준다고 하더니 형편이 안좋은가. 돈이 있으면 있는대로 선물이라도 사올 사람인데 건빵 아빠는 빈 손으로 돌아왔다. 아주버님은 미안해서인지 끝내 집안으로 들어오시지 않았다. 과일 한 봉지라도 사들고 찾아와 밥 한끼라도 먹으면 좋으련만 술을 안 먹고 맨 정신일 때는 지나치게 체면을 차린다.
작은 아주버님은 지금 혼자 계시는가. 어머니는 전화 걸어볼 엄두도 내지 못한다. 걸어서 20분 거리인 지척에 있는데 찾아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다. 미혼이고 골칫덩이인 큰 아주버님이 어머니와 내내 살고 있었던지라 그 꼴 보기 싫어 이 집에 찾아오기를 꺼려해 온 것이 습성이 되었다고 한다. 작은 형님은 또 중국에 가셨는지, 서로에게 말하기조차 거북해 물어보지도 않는다.
큰 아주버님이나 작은 아주버님이나 모두 저마다의 상처를 끌어안고 천하의 외톨이처럼 명절을 보내고 있다. 건빵 아빠는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다. 형제들 중에 아들, 아내 다 갖춘 사람은 건빵 아빠뿐이므로. 게다가 어머니까지. 뭐니뭐니해도 명절에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은 어머니가 아닐까.
아픈 사람은 더 아프게 하고 행복한 사람은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이 명절인가 보다.